'다정함의 과학', 켈리 하딩 박사는 의사로서 사람을 물질적인 것으로 보도록 훈련된 사람입니다. 그가 의대에 입학해 해부학 교수에게 처음 받았던 것은 한 인물의 간단한 소개였습니다. “9번 테이블: '폴', 공장 노동자, 사망 원인: 폐 암종.” 처음엔 그래도 자신의 테이블에 누워있는 시체가 한 인간의 존엄한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르고 쪼개고 분해하고 하다 보니 점점 '폴'이라는 한 인물의 시신이 아닌 하나의 교육 보조재 정도로 보였습니다.그리고 영혼의 존재에 대해 점점 잊어가고 환자를 약물과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는 물질적
사실을 직시합시다. 전쟁과 평화의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논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순식간에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습니다. 항복하는 것입니다.물론 항복하는 길을 제외한 다른 모든 길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하지만 역사는 햇볕정책이 결국 더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야당은 좋은 의도로 만든 햇볕정책이 결국 호구정책이란 사실을 외면하지만, 이는 '평화냐 전쟁이냐' 의 선택이 아닌 '싸우느냐 항복이냐' 의 선택을 의미합니다.만일 우리가 이러한 위험을 등돌리고 적의 의견을 수용하고 물러서고 후퇴하다보면 결국 막다
롱 코비드 요 며칠 동안 심한 근육통에 시달린다. 통증은 허리 아래쪽으로 집중된다. 허벅지가 뻑적지근한 느낌이더니, 엉덩이와 종아리로 이어지면서 근육이 아팠다. 감기몸살과 다르다는 느낌은 오한이 동반되지 않는다는 것. 마치 험한 산행이나 오랜 걷기의 뒤끝 같다고나 할까. 새벽엔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잔기침도 나온다. 급기야 목에 가래까지 껴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 혹시 또다시 코로나? 코로나 뒤끝이란다. 나는 한 달 전 코로나에 확진됐다. 첫날 심한 전신 근육통에 시달린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 없이 1주일 재택치료 기간을 거치고는 격
남산제비꽃 상춘 인파에 부회뇌동하기로 했다. 최근 코로나 확진에 따른 슈퍼항체 보유 사실도 상춘행렬 동참에 빌미(?)가 됐다. 야외로 빠져 나가는 차창 너머 야산은 온통 봄꽃으로 물들었다. 농담(濃淡)의 차이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곰내재 벚꽃은 살짝 정점을 지난 듯했지만, 화려함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벚나무들은 꽃 터널을 호위하듯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흥에 취한 인파는 마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듯 우르르 몰려 나갔다. 어린 아이 손을 잡은 부부, 친구들과 깔깔대는 젊은 청춘들, 벚꽃
또 민간에서는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절사(節祀) 라 하여 산소로 올라가 성묘를 했는데, 그 중에서도 한식과 추석이 가장 성하여 교외로 향하는 길에 인적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농가에서는 이날을 기하여 밭에 파종을 했다. 이렇듯 한식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중요한 명절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특별한 행사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특히 불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도 조상 숭배와 관련한 많은 행사들을 하고 있다. 집안에 따라서는 사당에서
동지(冬至) 후 105일째 되는 날. 양력으로는 4월5일 무렵이다.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이다. 일정 기간 불(火)의 사용을 금하며 찬 음식을 먹는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시작되었다.그래서 금연일(禁烟日), 숙식(熟食), 냉절(冷節)이라고도 한다. 한식은 음력을 기준으로 한 명절이 아니다. 따라서 한식은 음력 2월에 있을 수도 있고, 음력 3월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2월 한식과 3월 한식을 구분하는 관념이 있다. 그래서 2월에 한식이 드는 해는 세월이 좋고 따뜻하다고 여기며, 3월에 한식이 있으면 지역
접시 꽃 연가 시인_정정옥하얀 낮 달이 빨간 접시 꽃 위에 앉았다.송이송이 마다 소리 내어 웃는다단오날 창포물에 머리감고고운 빗질은그 옛날 할머니 은빛 쪽 머리 결 같다연보라 구름 사이로 흐르는오랜지 빛 노을진양호 호수의 뱃길은 실크로드접시꽃 치마자락 쓸고 간 뒤별이 쏟아지는 밤 청둥 오리모여서 물길 만든다
가방 요즘 사람들의 외출차림에서 빠지지 않는 소품이라면 아마도 가방이 아닐까 싶다. 소품이라기보다는 아예 몸의 일부가 된 듯하다. 출근길 지하철 객실 안 승객들, 남자나 여자나, 젊거나 나이 들거나, 죄다 가방을 지니고 있다. 등에 짊어지는 가방이 유행이고, 대세다. 직장인도 학생들도 할머니할아버지들도 불룩한 가방을 짊어진 채 객실 안으로 드나든다. 여성들은 주로 어깨에 걸거나 손에 들고 다닌다. 뭘 넣고 다닐까. 늘 궁금하다. 직장인과 학생들이야 대충 짚이는 게 있다. 책이나 공부하는데 도움 되는 여러 디지털기기들을 넣고 다닐 게
꿈속의 아버지 ‘버부리(벙어리)’ 아저씨 집 앞에 이르자 소나기가 쏟아졌다. 지척이 집이 보였지만, 워낙 쏟아지는 양이 많아 잠시 피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내 비가 그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은 갰다. 달음박질로 집으로 달렸다. 발걸음은 나는 듯 가벼웠다. 길 가던 아저씨아주머니들이 나 들으라는 듯 쑥덕거렸다. ‘부산에 사는 정동 댁 둘째아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가 쌩쌩 내달리는 귓전을 파고들었다. 옆집 도조 형 집 앞에는 열댓 살 조카들이 잘 차려입은 채 우르르 몰려나왔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동백이 되어 시인_배동순 겨울을 타고 온 동백꽃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건찬바람도 태풍도 모두의아픔을 보듬은 까닭이다태종대 돌아가는 둘레길붉은 향기를 풍기다늦은 봄에서야 꽃잎 떨구는 그리움 안고마지막까지 활활 타오르다가더욱 수줍게 붉어진 이유다겨우내 임을 그리워하다가이름이 붙여진 지도 모르고미련스레 꿋꿋하게 버티며가장 벼랑 진 바위에 매달려더 애틋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더욱 아름다운 처지가 되면나도 동백이 되어 닮아있다
상부상조 병원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다가서니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내린다. 조심스레 휠체어를 작동하면서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오려던 그가 멈칫했다. 카트가 통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얼른 달려가 카트를 한쪽으로 치웠다. 장애인은 여전히 엘리베이터 앞에서 휠체어를 작동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아니, 뭐하시지? 그의 왼손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카트를 치우는 나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있었던 거다. 서로를 도와준 셈이다. 고맙습니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연신 그에게 감사 인사를
만우절 푸틴, 크렘린궁 사무실서 숨진 채 발견…러 국영매체 “모든 방법 동원해 타살 확인 중”. 속보 형식을 띤 뉴스가 온라인을 타고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SNS로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관 지으면서 핵전쟁으로 번질까 전전긍긍했다. 상세한 상황을 알아보려고 해당 기사를 클릭해봤으나 제목만 있고, 더 이상의 상세 내용은 없었다. 만우절을 노린 거짓이었다.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 그 날 속아 넘어간 사람을 ‘4월 바보(April fool)’라고 하여 일반적으로 만우절을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풍경 속으로 걸으면 시인_ 정정옥풍경 속으로 걸으면하얀 박합꽃 잎에 입맞춤 하고커다란 장독대 눈빛 던지면내 어머니 그리워라봉선화 꽃잎 하나새끼손톱 위 살짝 얻어놓고고향집 마루 끝에 앉아봉선화 물들이던 울 언니연분홍 찔레꽃 그리워라천리향 가득한 풍경 속으로걸으면고향집 마당가에 채송화 맨드라미활짝 웃고 휘어 찬란한 달빛 아래 누워 별헤던 밤 자목련 잎새 빨갛게 익은 소산마을 향수에 고향이 그리워라
꽃의 항변 시인_배동순 스스로못나지 않았다무심한 이가못난이라 이름 지었고혼자서도아름다운 꿈을 키우며향기만을소유하고 싶은 건 욕심임을세찬 바람마저고맙고 사랑스러워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걸꽃이라 부른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부모들은 아이가 새로운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원한다.하지만 아이들은 학년이 바뀌면서, 이전까지 익숙했던 교실과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지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이런 일련의 과정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활력을 북돋우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저항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우울, 불안, 의욕과 자신감 상실, 신체리듬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욱 하면서 성질을 부리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들, 예를 들면 등교
엄중한 코로나의 위기상황을 뚫고 국민 모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덕분에 새 정부가 탄생했다. 새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의 앙금을 풀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 애써야 한다. 사회 각계도 이런 새 정부의 기조에 작은 징검다리를 놓는 심정으로 현안 해결에 다같이 힘을 모아야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희망을 걸 수 있다. 의료계의 당면과제는 ▷공공의료 확충과 더불어 ‘제2의 코로나’ 예측 및 대처방안 연구 ▷지방과 중앙 간 의료 인프라 불균형 해소라는 데 이견이 없다.코로나19는 스페인 독감 이후 최고 피해의 전염병으로 기록될 것 같다. 엄청난 수
건강보험 자격상실 통지서 마침내 엄마가 건강보험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굳이 관련내용을 통지받지 않아도 알고 있었으나, 막상 서류를 받고 보니 걱정이 몰려왔다. 곳곳에 질병을 달고 살아가던 엄마가 앞으로 아플 때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하실까. 당장 뇌경련이나 뇌경색이 겁났다. 워낙 응급상황을 부르는 병이어서 진료비 또한 만만찮을 텐데. 지난해 요양병원 입원 중 뇌경련을 일으킨 엄마가 온가족을 비상 대기하게 했다. 중환자실에서 며칠 밤을 지세우고 나서야 겨우 회복할 수 있었다. 두세 차례 시도하다 그만둔 요관
라면 끓이기 라면이 몹시 당겼다. 지독히 끈질긴 탄수화물 중독 탓인가. 맹맹해진 구미를 자극할 만한 ‘단짠’이 필요했을까. 술독에 빠져 살던 오래된 젊은 내 추억이 그리웠을까. 코로나 비상식량으로 받아둔 라면을 무려(?) 두 봉지씩이나 꺼냈다. 냄비에 적당히 물을 붓고 라면 속 건더기수프와 양념수프를 한꺼번에 함께 풀고는 면 두 덩어리를 집어넣었다. 가스 불을 붙였다. 센 불에 냄비가 달궈지자 그 속의 딱딱하던 라면덩어리도 스르르 이른 봄 산기슭 잔 얼음처럼 조금씩 해체되기 시작했다. 젓가락으로 꼼꼼히 풀어 헤쳐 양념이 골고루 면발
뻥튀기 같은 봄 풍경 대기가 점점 데워진다. ‘봄튀기’ 기계가 조금씩 가열되고 달궈진다. 금속 통 같은 계절의 벽에 가로막힌 생명들이 아우성이다. 가슴 잔뜩 부풀어 오른 흥취를 주체할 수 없어 날뛰어보지만 아직 찌꺼기로 봄의 언덕배기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겨울 벽에 갇혀 있다. 처마 끝 고드름을 녹이는 동쪽 햇살처럼 봄튀기는, 저 멀리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풍로 길로 스스로 끌어들인다. 봄튀기 속 공기가 더 이상 팽창해 나갈 데가 없어 두꺼운 방사선 차폐막 같은 계절의 벽을 발악하듯 두드린다. 두두두두! 쿵쿵쿵쿵!
아, K방역… 한 달 전 시민 A씨는 몸이 아파 입원하는 남편을 간병해야 해서 병원의 방침에 따라 PCR검사를 받았다. 정작 환자인 남편은 음성이었으나, 뜻밖에도 아무 증상 없이 건강했던 자신은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남편이나 다른 환자들에게 옮길세라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오는데 남편이 뒤에서 소리쳤다. “빨리 택시 잡아타고 집에 가거라!” 병원 밖으로 나온 A씨는 당황스러웠다. 서둘러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남편 말처럼 택시를 타려고 승강장에 다가서려다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애먼 택시기사에게 감염시킬까 걱정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