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아들은 자가격리 조치됐다. 새벽 1시 인천공항을 거쳐 부산역에 도착한 아들은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또 다시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아야 했다. 전날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입국 직후 또다시 하루 만에 코로나 검사를 하고서야 비로소 그리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밤중 아들의 무사 귀가를 돕기 위해 나선 우리부부는 마치 군사작전을 벌이듯 부산을 떨었다. 처음엔 부산역에 도착하면 광장에 대기 중인 택시를 타고 오라고 했다. 아들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개인차량 외에는, 방역당국에서 제공하는 차량만 이용해야 갈 수 있고 사람들이 많으면 그만큼 귀가시간도 늦어진다고 하더란다. 몇 달 전 일본에서 딸을 귀국시킨 지인의 경험담을 들었다. 방호복과 일회용 비닐장갑을 챙겼다. 심지어 방역효과가 떨러져 보이는, 허접한 일본 마스크를 신뢰할 수 없어 KF94 마스크까지 준비했다. 선별검사소에서 차에 태우기 직전 아들에게 방호복을 입혀서 태워야한다는 선험자의 조언을 계속 뇌리에 떠올렸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내 준비상황이 멋쩍었다. 누구도 방호복을 챙겨 입지 않았다. 공황장애환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심쩍어서 현장 방역요원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되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뒷좌석에 아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가격리자’는 열심히 떠들었고, 앞좌석에 탄 나는 KF94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하고 손에 일회용 비닐장갑까지 낀 채 되레 아들의 수다를 걱정했다. “너무 떠들지 마라. 침 튄다. 집에 가면 기저질환 있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자가격리 수칙 준수해야 한다.”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은 우리에게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라고 했다. 12년 일본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의 손도 한번 잡지 못한 채 우리는 한 집에서 따로 떨어져 있어야 했다. 격리 보름간 아들의 동선을 최소화하려고 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샤워장을 겸한 화장실을 아들에게 양보하고, 안방에 딸린 욕실을 아내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은 작은 불편이라도 감내해야 하는 거다. 코로나 시대에 배려의 가치를 새삼 절감하고 있다. 제 방에 갇혀 있는 아들을 위해 퇴근길에 커피라도 사가야겠다.

 

 

[출처] https://blog.naver.com/onn2012   |작성자 배려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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