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덥다. 바람이 차츰 선선해지면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무색하다. 아직도 25도가 넘는 한낮의 더위는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 풍성한 가을을 기대하기엔 그만한 뙤약볕쯤은 되레 감사해야 할 따름이니까. 보도 위엔 노랑 잎새보다 먼저 떨어져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 풍기는 은행나무 열매가 뙤약볕 속에 숨겨진 가을의 풍요를 널어놓는다. 여전히 얄팍한 반소매 차림 하나만으로도 간절기 거추장스러운 나들이 복장이 어색하지 않아 반가운 일도 요즘 날씨가 덤으로 쥐어준다.

 

  10월인데도 한낮 간편한 나들이 복장이 대세인 데엔 잔뜩 좁혀진 일교차 덕분이다. 큰 일교차 탓에 해마다 건강을 위협받던 간절기이나 섭씨 20도를 웃도는 아침 기온 영향으로 내 고질병인 비염이 좀체 칠칠맞은 그 정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아침마다 물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콧물과, 그치지 않는 재채기로 곤욕을 치렀을 터이지만 올해는 감감무소식. 외려 아침부터 목덜미가 자작해지는 높은 기온이 나를 자꾸 가을의 높은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게 한다.

 

  당당한 계절의 한 자리에서 밀려나 간절기 신세로 전락하고만 가을. 최근 10년 동안 일교차가 10도 이상을 기록한 날이 20%나 줄어들었단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점점 아열대 기후 속으로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수억 년 잠자던 바이러스가 깨어날까 두렵다. 기후변화의 무시무시한 경고인가. 오늘도 일교차는 6도에 머문다. 15도를 훌쩍 넘나드는 예전의 가을 일교차가 그립다.

 

[출처] https://blog.naver.com/onn2012 |작성자 배려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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