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이 밝아온다. 잿더미 불씨가 피어오르듯 검은 하늘 커튼을 젖히고 드문드문 구름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잿빛 콘크리트의 실루엣이 더욱 선명해지고 땅과 하늘의 경계가 확연히 드러난다. 하늘과 땅 사이의 구름이 부럽다. 매일 아침 학수고대하는 땅 위의 인간들 앞에서 보란 듯 휘황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오롯이 만끽하고 있지 않은가. 

 

한 올의 서광이라도 새나갈세라 온통 새파란 하늘 위로 조각구름들이 삼삼오오 떼 지어 물려들어 블라인드를 자청하고 나선다. 구름은 언제나 욕심쟁이다. 실컷 은근하게 혼자서 일출을 즐기고서는, 이미 솟구쳐 벌겋게 달아오른 불덩이를 불쑥 인간 앞에 허락한다. 무방비 상태의 인간은 그 강력한 눈부심에 일순 깜깜한 세상 속에 던져진 기분으로 몰락한다.

 

  누구는 구름을 욕심쟁이가 아니라, 거룩한 희생자로 받드는 이유로 아침마다 동녘을 맴도는 데서 찾는다. 시커먼 어둠에서 무방비 상태로 온몸을 내맡기고 있는 인간이 갑작스런 일출에 눈이 멀까 제 한 몸 기꺼이 내던져 오롯이 받아내고 있다는 해석에는 차라리 가슴 아리다. 드넓은 하늘 곳곳에 흩어져 있던 구름들이, 동 틀 무렵이면 어김없이 산봉우리와 수평선 너머로 몰려들어 흰 눈 같이 맑디 맑은 인간의 심성이 녹아내릴까 온몸으로 막아낸다.

 

  해코지를 하든, 희생자를 자청하든 제대로 일출보기는 힘들다. 늘 벌겋게 달아오른 구름을 아침 해 보듯 만족해야 할뿐!

 

 

[출처] https://blog.naver.com/onn2012 |작성자 배려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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