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을 지나는 해가 온몸을 뜨겁게 데운다. 등에 내리쬐는 햇살이 따갑지만 불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다. 외려 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에 상쾌하기만 하다.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나 싶어 쏜 살 같은 세월이 어찌 60대를 우울하게 하지 않을까. 한데 따갑게 내리는 햇살에 뭇 열매들이 익어가듯 나 또한 익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집안 뜰에서 유유자적 여유를 누리듯.

 

  활짝 핀 물 억새와 갈대가 온천천 산책길의 발걸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난여름 베어낸 자리에 다시 잡초는 무성해지고, 바스락 갈대소리를 응원 삼아 근본 없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폭우에 쓸려간 부처꽃 자리에 다시 꽃창포가 들어서고 내년 봄의 희망을 살포시 품는다.

 

  가을바람에 물소리조차 가볍고 신난다. 잉어 몇 마리가 못내 흥에 겨운 듯 꼬리에 잔뜩 힘을 실어 물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푸드득! 첨벙! 그 옆으로 오리 떼가 소리 없이 자맥질에 한창이다. 미처 배를 채우지 못한 녀석을 꽁무니를 하늘로 추겨 세운 채 머리를 물속 깊이 처박아 부리 질을 멈출 줄 모른다. 그 모습이 올림픽에 출전한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선수들 같다.

 

  물새 자맥질이 잠잠해진 물속에는 파란 하늘과 가을 숲이 잠겨 있다. 산기슭을 끼고 내달리는 도로변 가드 레일의 노란 페인트 도색은 벌써부터 가을 단풍을 보호하듯 양팔을 길게 펼치고 있다. 온천천 가을정원으로부터 초대받지 못한 개울 너머 주택가 담장의 꽃들은 깨금발로 빼꼼 내려다보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가을정원이 부지런한 길손들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https://blog.naver.com/onn2012 |작성자 배려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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