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황장애라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하게 된 건 발병 이후 무려 7년만이었다. 그전까지 과음의 뒤끝으로 나타나는 숙취의 한 증상쯤으로 치부했다. 폭음을 한 그 다음날 종종 등에 식은땀이 나면서 목 언저리가 뻣뻣하게 굳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숨이 차고, 가슴도 방망이질을 하듯 두근거렸다. 이따금 시야가 좁아지면서 눈앞이 깜깜해지기도 했다. 겁에 질린 갈팡질팡했다. 시력의 문제인지, 뇌혈관 이상인지 쉽게 가늠되지 않았으니까. 금방 증상이 사라지지 않아 대충 외출채비를 갖추고는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다 멈칫했다. 씻은 듯 증상이 사라져버렸다. 한해 두세 차례씩 ‘좁아지는 시야’ 증상이 꺼림칙해서 뇌혈관 검사를 했고,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는 잊고 지냈다. 7년쯤 지났을까. 선거일로 밤낮없이 일하는데도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해 내과 등을 전전한 끝에 정신과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오랫동안 방치해온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PTSD)이 공황발작으로까지 이어진 거다.

 

  사람들은 대개 정신과 진료를 꺼린다. ‘미치광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서다. 조기 치료만 이뤄지면 더욱 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만시지탄 하는 게 우리들이다. 연내 정신질환자의 응급진료와 조기 정신질환 치료비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앞으로는 치료 기피로 병증을 악화시키는 일은 조금 줄어들 듯하다.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자 조기 치료비 지원 관련 대상과 내용을 정하고, 응급입원 비용부담에 대해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오는 11월 17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조기 치료비와 응급입원에 대해서는 이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신질환자 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었으나, 그동안 법적 지원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신질환자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조기치료비 지원 대상자를 정신질환의 첫 진단 후 5년 이내 또는 치료받은 지 5년 이내인 환자로 정의했다. 지원 내용은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하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하여 비급여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매년 10월 10일은 정신건강의 소중함을 알리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법정 기념일로 제정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이제는 마음에 투자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 마음 건강!”이란다. 30여 년 간 공황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나야말로 마음에 투자해야 한다. 마음 건강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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