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를 하려고 미용실에 들렀다. 마스크를 벗어 바로 옆 작은 테이블에 얌전히 올려놓고 자리를 가다듬었다. 미용사가 다가오더니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한다. “머리 깎는데 불편해 하실까, 벗었는데요.” 테이블 위의 KF94 마스크를 다시 집어 끈을 귀에 걸려고 하자, 그가 미용실에서 미리 준비해둔 덴틀 마스크를 건넨다. 아마 목걸이 줄이 주렁주렁 매달린 내 마스크가 미용사의 작업에 더 방해돼서 그런 듯했다. 손님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머리를 커트한 지 오래된 듯 미용사의 손놀림은 제법 익숙하게 움직였다. 이따금 가위질을 멈칫 했으나, 걸리적거리는 마스크 끈을 조심스레 잘도 피해나갔다.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는 편이라 한 달에 한 번씩 미용실에 들러야 했다. 코로나 이후 공황장애 환자에게 그 일이 꺼림칙해졌다. 행여 ‘몇 월 며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미용실 출입한 사람들은 선별검사소에 가서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방역당국의 안전 안내문자라도 뜨는 날이면 미용실 가는 길이 더욱 무거웠다. 단골집이라, 때로 VIP 여성손님을 위해 마련해둔 밀실 같은 1인용 공간에서 머리를 깎기도 했다. 미용사가 마스크를 단단히 챙겨 썼으나, 내 얼굴이 마스크 없이 무방비 상태로 비말에 노출되는 일은 언제나 신경 쓰였다. 내게 마스크를 씌움으로써 내 공포까지 감금시켜버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다음달 11월부터 중앙 방역당국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탈 마스크를 기대하고 있는 듯한데, 현실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위드 코로나’로 일상을 순조롭게 회복하려면, 외려 ‘위드 마스크’라는 까다로운 절차는 결코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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