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누운 채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토마토와 사과 등 세 가족이 먹을 아침거리를 준비해놓고 나머지 가벼운 근력운동으로 마무리하고 샤워를 위해 안방 욕실로 가려다 멈췄다. 보름 만에 현관 쪽 화장실과 겸용인 나의 전용 샤워실로 들어선다. 딱 보름 만이다.

 

  큰애가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내 일상이 조금 헝클어졌다. 2주일 간 자가격리 해야 하는 아이를 위해 내 샤워실을 양보해야 했다. 자가격리자의 동선을 최소화하려면, 큰애 방과 마주하는 샤워실은 그에게 내줘야 했다. 대신에 나는 그동안 아내가 주로 사용하던 안방 욕실과 화장실에서 세수나 면도·샤워를 해야 했고, 한밤에 작은 볼일까지 봐야 했다. 아내보다 삼사십 분 일찍 일어나서 출근채비를 해야 하는 내가 수면장애로 늦은 시간에 겨우 잠 든 아내를 방해할까 조심했다. 내가 불빛을 가리고, 발뒤꿈치를 들어 소음을 줄인다고 아내를 편하게 하지 못했다. 변기를 사용하고 내리는 뒷물소리, 틀어놓은 샤워꼭지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에 아내도 결국 잠자리를 털어낸다.

 

  환하게 켜놓은 불빛 아래서 거울 속 나를 바라보면서 거침없이 면도를 할 수 있다는 게 이리도 기쁜지.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뜨끈뜨끈한 온수를 맘껏 틀어놓고 샤워를 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하든지. 큰애가 2주일간의 자가격리 조치해서 해방되면서, 나도 보름 만에 집안에서의 작은 일상을 되찾았다. 11월부터 코로나 일상회복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다시 2019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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