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서면지점 윤상민 부지점장

교통체증으로 막히는 차안에서 문득 하늘을 쳐다보면서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기분좋게 얼굴을 쓰다듬듯 스치는 바람결에 ‘아! 가을이구나’ 하면서 왠지 모를 허전함이 몰려온다. 언제부턴가 시간의 흐름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는 사이 마음의 나이와 거울속에 보이는 내 모습의 나이는 점차 갭이 커져가고 있는듯 하다. 지금 나는 내 삶의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일까? 훌쩍 자라난 아이들과 직장에서 밤늦게 일에 묻혀 있는 남편의 무거운 어깨를 보면서 제 2의 인생이라는 은퇴 후의 여유롭고 행복한 삶에 대한 간절한 바램과 함께 노후준비에 대한 조급한 마음이 앞선다.

 

베이비부머 은퇴

현재 은퇴시기에 돌입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세대는 고도성장기(1980∼1990년대) 경제활동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만큼 축척된 자산이 많고 타연령대에 비해 금융자산 증가율이 높은 세대로 당행 PB고객의 주요 주객 층을 이루고 있다. 은행을 거래하는 고객중 부부가 함께 자산관리 상담으로 내점하시는 연령층을 보면 해당 세대의 비중이 높은편이다. 그 분들의 공통점을 보면 고도성장기의 치열한 삶을 반영하듯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보상으로 성공적인 사회에서의 지위를 누렸고 은퇴후엔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계신다. 특이한 점은 자산 상담과정에서 모든 결정을 부부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부부는 一心同體(일심동체),夫唱婦隨(부창부수)라는 말처럼 자산관리에 대한 의견도 상당히 일치하시는 것을 볼수 있다. 늘 함께 은행을 방문하고 서로의 의견을 물어본 후 투자에 대한 결정을 하기 때문인지 그 투자성과 여부에 상관없이 변함없는 부부관계를 유지하시고 계신듯하다. 자녀교육에 대해서도 부부가 함께 흔들이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신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부부가 공통적인 취미생활을 1∼2개정도는 함께 즐기면서 여가생활을 보내고 있는 점도 그렇다고 볼수 있다.

 

부부는 一心同體(일심동체)는 환상

요즘 기대수명 연장으로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녀를 독립시킨후에도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배우자와 함께하는 은퇴 생활의 질이 행복한 노후를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자녀를 낳고 한집에 같이 산다고 해서 부부의 생각과 가치관까지 일치할 것이라 믿는 것은 환상일수도 있을것이다. 대부분의 은퇴을 했거나 은퇴시기가 다가오는 50∼60대 세대는 그동안 고된 직장생활과 자녀 뒷바라지에 몰입해온 나머지, 배우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부부 둘만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에는 요즘 젊은 세대의 부부들 보다는 확실히 서툰 세대임에는 이견이 없을듯 하다. 얼마전 신문기사에서 본 서울 및 수도권 거주50∼69세 부부200쌍(비은퇴, 은퇴 부부 각각 100쌍)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대한 자료를 인용하면 재밌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은퇴부부의 경우 현재 함께 있을 때 즐거운 대상으로 남편은 주로 ‘아내’를, 아내는 ‘남편’, ‘자녀와 이웃’등 고르게 꼽았다고 한다. 또한 은퇴 후 자신을 힘들게 하는 대상이 누군인지 물어 보니, 남편은 ‘자녀’가, 아내는 ‘남편’이 주로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꽃보다 부부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했던 ‘아내 시리즈’중에 “妻和萬事成(처화만사성)”이란 표현이 있는데 아내와 관계가 화목하면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의미로, 부부관계의 만족도가 높은 경우 삶의 만족도도 높다는 기존의 연구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신혼부터 중년까지 오랜 세월을 함께 겪어 온 부부는 인생의 황혼기를 함께하고 마지막 生(생)의 순간을 함께 할 특별한 ‘평생의 반려자’임을 알고 부부가 서로 늙어 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봐 주는 평생 친구이자 연인이 아닐까싶다. 4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우리 부부도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바가지를 인정사정없이 긁고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소심하게 외치는 남편이지만 함께한 세월만큼이나 미운정도 이젠 예전만큼 밉지는 않다. 무심함이나 세월을 함께하는 서로에 대한 의리일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은 숙성된 와인처럼 깊은 부부간의 사랑이라고 믿고 싶다. 요즘은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길어진 노후에 대비한 노후준비의 필요성과 가족과 함께 누리는 행복한 노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우선 머리 속에 은퇴 후의 삶을 그리게 되면 그 삶 속엔 함께 하는 가족들이 있겠지만 예전처럼 자녀에게 노후를 맡기겠다는 생각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배우자와 서로가 원하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지금 당장 많은 대화를 나눠보기를 권한다. 부부가 원하는 은퇴후 라이프스타일이 어느정도 정해졌다면 거기에 맞는 자산플랜에 대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것이 순서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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