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들면서 모바일 청첩장이 잇따른다. 청첩장 파일을 열어보면 미리 야외에서 촬영한 신랑신부의 단란한 모습에 절로 기분 좋아진다. 때로는 코흘리개 유년의 추억을 공유하는 신랑신부에게선 세월의 빠른 흐름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아직도 끼고 살면서, 마냥 어린애로 취급하고 있는 다 큰 내 자식의 혼사 걱정도 모바일 청첩장에 살포시 끼워져 있다.

 

  가까운 친척 가운데 서른 살 넘은 조카들이 다섯인데, 딱 한 명만 결혼했다. 나머지 넷은 미혼이다. 아직 혼담이 오가는 조카들도 없다. 당장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조차 들리지 않는다. 넷 중에서 한명만 1인 가구로 독립해서 살고 있을 뿐, 셋은 여전히 부모와 함께 기거하는 ‘캥거루족’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 가운데 ‘1인 세대’가 통계를 잡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1년 3분기(7∼9월)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1인 세대는 936만7439명으로 전체의 40.0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열 명 중 넷이 혼자 세대를 이루고 있다 거다. 연령별로는 30대 1인 가구가 16.5%, 20대는 15.7%로 각각 나타났다. 저출산·고령화 추세에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2030 젊은 층의 ‘3포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인으로부터 받게 된 모바일 청첩장이 반가우면서도 불편한 이유는 내 곁의 캥거루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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