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출근길 황급히 뛰어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위층 이웃남자가 인사를 건넨다. “아, 녜∼. 안녕하세요!” 나는 고개까지 가볍게 숙이면서 공손하게(?) 그에게 화답했다. 머리숱이 훌렁 빠진 그는 누가 봐도 60대 후반쯤으로 보였다. 평소에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치는 그를 듬성한 머리숱만으로 나보다 나이 많을 거라 단정했다. 그가 말로서 의례적인 인사치레를 할 때마다 나는 목례로 윗사람 대하듯 공손하게 인사드렸다(?). 그날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따라나서던 어린 여학생이 딸이라는 걸 눈치 챘고, 비로소 나보다 더 어린 오십대 초중반쯤일 거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됐다. 먼저 내리는 그의 얼굴은 머리숱만 듬성할 뿐 피부는 팽팽했다.

 

  내 이마엔 깊고 굵은 주름이 패여 있다. 가뜩이나 좁은데다 가운데 부분 뼈까지 움푹 들어가 있는 주름진 이마는 유년부터 나의 나이 가늠자였다. 굵은 주름살 탓에 애늙은이라고 놀림 당하기도 했다. 학창시절을 거쳐 직장에 들어가서도 나는 늘 또래보다 한두 살, 많게는 네댓 살 많을 거라 오해받았다. 죄다 주름살 탓이었다. 웃픈 일도 벌어졌다. 사회생활 하면서 우연히 만난 사람은 내 이마 주름살을 보고 선배일거라 짐작하고 존대했다. 소통 기회가 빈번해지면서 그가 되레 내 고교 선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로 어찌나 쑥스러웠던지.

 

  머리숱과 얼굴 주름은 언제나 나이 가늠자 역할을 한다. 서로 주민증을 까보기 전에는. 아무튼 세상 불변의 원칙은 ‘나이 들면 머리숱은 조금씩 줄어들고, 얼굴 주름살은 점점 늘어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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