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듬뿍 담은 숟가락을 입에 대자마자 어머니는 냉큼 받아먹었다. 덜거덕거리는 틀니로 꼭꼭 씹어서 목에 넘길 때까지 기다리는 내 마음은 아랑곳 않고 손가락으로 양념 묻은 반찬을 냅다 집는다. 배가 고팠나 보다. 나는 다른 때와는 달리 숟가락질에 속도를 높였다. 입속의 음식물을 목으로 채 넘기기도 전에 다시 반찬 올린 밥숟가락을 어머니의 입에 갖다 댔다. 그렇게 어머니는 저녁식사를 다 드시고, 후식으로 단감과 요구르트 한 병도 비웠다. 식사가 아니라, 탐식에 가까웠다. 어쨌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의 배가 외려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5년째 병상생활을 해서인지 어머니의 식사량은 적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누워 지내야하는 처지라 배가 고플 것 같지도 않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끼니를 거를 수 없는 일. 끼니시간에 맞춰 병실에 들를 때면 어머니의 식사를 거들어준다. 비록 누워 지내야 하지만 어머니는 스스로 수저질이 가능하다. 다만 먹기 싫다며 병원에서 갖다 준 식사를 한 술도 뜨지 않은 채 물리는 바람에 간병하는 직원들이 곤혹스러워한다. 억지로 떠먹이려고 해보지만 어머니는 입을 앙다문 채 강하게 거부해버린단다. 아들인 내가 숟가락을 들이밀면 서너 차례 받아 삼키다가도 이내 주름진 입을 꽉 다물고 식사를 마다한다. 그 모습이 마치 아기 같다.

 

  맞벌이를 해야 했던 우리 부부, 특히 아내는 끼니때마다 숫제 아이들과 한 판 전쟁을 치른다. 빨리 밥을 먹이고 직장으로 득달 같이 달려가야 하는 처지였지만, 이런 상황에 아랑곳 않고 애들은 밥을 깨작거리거나, 아예 입을 앙다문 채 출근시간에 쫓긴 제 엄마의 애만 태우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요양병원 병실에서 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똑같은 일들이 재현되고 있다. 선수만 아내에서 나로 바뀌었고, 어머니는 옹알이 하는 ‘순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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