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이 싫었다. 병원식당에서 늘 같이 식사하던 멤버들이 제각각 일정 탓에 나만 홀로 남았다. 역시 집에 혼자 있을 큰애가 퍼뜩 떠올랐다. “아들, 오늘 저녁 같이 먹을까, 동네 식당에서?”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녜, 좋아요. 집 근처 오시면 미리 전화주세요. 식당으로 갈게요.”

 

  둘은 뭘 먹을지 잠시 고민하다 칼국수로 정했다. 요즘 다이어트 하는 큰애를 생각해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동네 전통시장 옆 오래된 칼 국수집으로 갔다. ‘맛집’이라는 입소문이 허명이 아니었던지 홀에 손님들이 많았다. 칼국수 한 그릇만으로 왠지 성에 차지 않을 듯해서 만두를 추가했다. 늦은 시간대에다, 가볍게 걷기운동까지 한 덕에 허기가 요기를 압도했다.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즐기지 않던 국물까지 거의 비웠다. 아들과 함께 식당을 나와 전통시장을 지나치는데 구수한 냄새가 또 허기를 유혹했다. 핫도그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각자 두개씩 먹기로 하고 아내 몫까지 여섯 개를 주문했다. 치즈 든 것과 소시지 든 핫도그였다. 핫도그가 익어가는 사이 우리 부자는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전통시장에서 누구나 일상으로 주고받는 이야기들! 한참 기다린 끝에 핫도그를 싸들고 집으로 향했다. 300여 미터 남짓 아들과 걷는 동안 나는 더없이 기분 좋았고, 행복했다. 겨우 칼국수 한 그릇, 만두 한 접시, 핫도그뿐이었지만 익숙한 동네 거리를, 10여 년 만에 재회한 아들과 함께 걷는 재미는 낯설어서 더욱 설레기조차 했다. 이게 작은 행복, 시쳇말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라 하는가 보다.

 

  ‘다이어트 하는 아이 꼬셔서 겨우 탄수화물을 먹이느냐’는 아내의 지청구 속에서도 나무람보다도 따뜻한 격려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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