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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藥)이란 무엇인가?

김동헌 박사l승인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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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藥)이란 무엇인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여러 가지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 살아간다. 그 중에서 약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국 후한의 허신은 편찬한 자전인 ‘설문(說文)’에서 “약치병초야종초낙성(藥治病艸也从艸樂聲)”이라고 기술함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풀(艸)을 약이라 하였고, ‘풀 초(艸)’자 밑에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뜻의 ‘락(樂)’자를 붙여서 ‘약(藥)’이라는 단어가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약이라는 단어에 독이라는 의미가 함께 들어 있는 ‘파르마콘(pharmakon)’이라고 한다. 약은 독이면서 해독제이고, 병이면서 치료제라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는 단어였다고 한다. 현대철학에서도 ‘파르마콘’은 ‘해로우면서도 유익한 것’이라는 이중적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영어로 약국을 ‘drug-store(드럭스토어)’라고도 하지만 ‘pharmacy(파머시)’라고도 하는데 바로 이 “파머시”가 파르마콘(pharmakon)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의약품이란 투여 받은 사람의 생리 상태 또는 병적 상태를 수정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동양에서도 인체를 소우주라고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의학적으로는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해서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생물체이지만, 이 균형이 깨어지면 질병상태에 빠지고 이를 균형 잡아주는 물질을 약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약은 무엇일까? 인간은 숨을 쉬어야 살아갈 수 있다. 숨을 쉬지 못하면 4∼6분 내에 뇌사상태에 놓이게 된다. 즉 인체는 산소공급이 되지 않으면 영양소의 대사가 이뤄지지 않고 곧바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때 산소를 공급해주면 생명을 건질 수 있다. 호흡이 어려울 때 산소의 공급은 영약 중의 영약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산소를 대량 인체에 공급하게 되면 산소독성으로 견딜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 산소는 독이 된다. 물도 좋은 약이다. 인간의 몸은 대략 60% 정도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토를 한다든지, 설사를 심하게 해서 탈수상태가 된 사람에게 링거액이라는 수분을 공급해주면 인체는 회복된다. 사람은 대략 1주일 정도 물을 마시지 않고 굶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지만, 제때 물을 공급해주면 금방 회복된다. 이때의 물은 영약 중의 영약이라 할 수 있다. 몸에 좋다고 해서 너무 과잉의 물을 투여하거나 먹이면 인간은 또 생명을 잃게 된다. 이때의 물은 독약이 된다. 이처럼 인체의 부족한 부분을 교정해주는 약처럼 우리 인간도 양면성이 있다고 본다. 양약과 독약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고, 가급적이면 양약의 역할이 컸으면 좋겠다.


  약의 역사를 살펴보자. 사기(史記) 삼황기(三皇紀)에 “신농씨상백초시유의약(神農氏嘗百草始有醫藥)”이라는 말이 있는데, 중국의 전설적인 인물 신농씨가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약을 체계화한 의약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저술했다는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약물학 저서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세(上世)때부터 독자적인 의약개발을 해온 사실이 역사서에 기술돼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의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먹었다는 쑥과 마늘은 이전의 중국 본초학(本草學)에도 전혀 없는 내용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약의 기록으로, BC 2000년경에 수메르 인들이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쓴 의약품 제조법을 들 수 있다. 그 후, BC 1500년에 이집트의 상형문자로 쓰인 ‘에벨스’이며, 여기에는 많은 의약품이나 처방들이 수록되어 있다. 초근목피(草木根皮)의 생약이 전부였던 시대를 지나, 1805년에 이르러서야 독일의 제르튀르너가 아편의 유효성분인 모르핀을 추출해냈다. 이를 계기로 키나나무 껍질에서 퀴닌(1820), 시나(Cina) 꽃에서 산토닌(1830), 코카나무 잎에서 코카인(1860) 등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새로운 의약품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였다. 


  그 후 유기화학의 발달로 인하여 아스피린, 호로몬제, 비타민제, 매독의 특효약인 살바르산(일명 606호)등이 등장하였다. 1928년 영국의 플레밍은 푸른곰팡이로부터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을 발견하여 항생물질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항 결핵제들이 개발되어 난치성 질환인 결핵도 정복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 많은 항생물질과 함께 항암제들이 발견되면서 인간 수명 ‘100세 시대’를 열고 있지만, 여전히 의학계에서는 ‘모르핀-아스피린-페니실린’을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주는 3대 명약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예부터 약은 잘 쓰면 보약, 못 쓰면 독약으로 인식돼 왔다. 약물 오남용이나 생약 성분의 ‘보약 숭상’ 등은 약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아시아 사람들은 지나치게 약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약은 모두 고마운 것이고 약은 먹을수록 몸에 이로운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깔려있는 거다. 의약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요즘, 건강 100세를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들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온종합병원장,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김동헌)

김동헌 박사  Onhospit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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