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대학병원에 아는 사람 없습니까? 여동생이 아파서 응급실에 왔는데 입원을 시켜주지 않아서요.” 저녁 무렵 걸려온 매제의 전화 목소리는 다급했으나, 힘이 없었다. 폐암 말기인 여동생의 상태가 갑작스레 좋지 않아 주치의가 있는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가려했으나 응급실이 폐쇄됐다며 오지 말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집 근처 지방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서 입원을 청했다가 역시 퇴짜를 맞은 모양이다. 급히 인맥을 총동원했다. 잠시 뒤 돌아온 소식들은 ‘당장 입원 불가’였다. 최근 ○○병원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암센터나 응급센터 등이 일시적으로 폐쇄될 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거였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일단 응급실에 들어오기만 하면 1인실을 확보해보겠다”는 약속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으나, 코로나가 굳게 닫아버린(?) 응급실 문을 나약한 내 힘으로 열 수는 없었다.

 

  항암치료 중인 그의 여동생은 일단 응급처치만 받고 요양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거기서는 암환자가 전문적으로 케어 받을 수 없다. 서울의 ○○대학병원이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만 매제의 여동생을 돌볼 수 있게 될 거다. 치명률 1%도 안 되는 코로나가 지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의료기관들의 기능을 마비시키면서, 금방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증질환자들이 속절없이 방치돼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의료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위드 코로나’는 우리가 바라던 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기대하는 ‘위드 코로나’에는 ‘위드 희망’이 전제돼야만 한다. 

저작권자 © ONNews 오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