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백양산 터널을 통과하는데 별안간 ‘119’ 사이렌 소리가 났다. 몹시 급한 듯 사이렌 소리는 터널을 꽉 채울 정도였다. 큰일이다. 터널 안에는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터널 상황이 사이렌 소리를 더욱 위기감으로 몰고 갔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나는 안절부절 연신 엉덩이를 들썩였다. 아득히 뒤에서 들렸던 사이렌 소리가 꽤 빠른 속도로 내 귓속으로 다가왔다. 걱정스런 두 시선이 내가 탄 차량을 스쳐 지나가는 사이렌 소리를 쫓아서 앞으로 나아갔다. 텔레비전 영상으로만 봤던 기적이 내 눈 앞에서 펼쳐졌다. 2차로를 가득 메운 수많은 차들이 순식간에 각각 좌우 길섶으로 비껴나면서 마치 홍해에서 펼쳐졌던 ‘모세의 기적’처럼 가운데 길이 만들어졌다. 응급환자를 태운 119구급차가 그 가운데 길을 쏜살 같이 내달렸다. 구급차가 지나간 자리는 또 다시 길섶으로 비껴났던 차들이 가느다란 차선을 경계 삼아 가운데로 몰려들었다.

 

  울산에서 일을 마치고 해운대를 거쳐 서면의 병원으로 돌아오다가 황령산터널을 지나는데 또 다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의 종류로 미뤄봐 경찰차였다. 퇴근시간대여서 터널 안은 혼잡했다. 역시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고나 사건현장으로 출동하는 중일 텐데, 어쩌나! 조바심이 났고, 순간 오전의 백양산 터널 모습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기적이 일어나겠지. 마음 급한 나는 이미 두 눈 앞에 ‘모세의 기적’을 연상하고 있었다. 뒤에서 올리는 소리는 다급하게 보챘으나, 다가오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한참을 지나서야 느릿느릿 내 차를 앞질렀고, 여전히 꽉 막힌 도로를 억지로 뚫기 위해 경찰차는 경적을 요란하게 울려댔으나 모두들 나 몰라라 하는 눈치였다. 악전고투 끝에 터널을 빠져나가는 경찰차의 뒤꽁무니가 쓸쓸해보였다.

 

  119구급차와 경찰차를 대하는 시민들의 인식이 이렇게 천양지차인 건 최근의 스토커살인사건과 ‘인천 흉기 난동’ 사건현장에서의 경찰모습에 실망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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