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찬바람과 함께 전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던 날, 드디어 신규 코로나 확진자가 5천명을 넘어섰다. 공황상태를 넘어서 곳곳에서 체념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치명률이 낮다면서 무엇 때문에 자꾸 확진자 발표로 사람들을 두렵게 하느냐, 확진되면 재택치료나 받으라면서 중환자실이 모자라 의료붕괴가 우려된다고 우는 소리는 왜 하느냐, 확진자 수가 5천이 아니라 아마 10배는 더 넘을 거라는 이야기가 의료계에 파다하다는데 알고 있느냐.

 

  귓속을 파고드는 건 지독한 한파가 아니라, 코로나 공포이고 방역당국에 대한 힐난이다. 급습한 추위가 도로를 얼어붙게 했나. 한낮에 덜덜 떨면서 대로변에서 택시를 기다렸지만 한기만 다가와 온몸을 쿡쿡 찔러댄다. 빨리 지하철로 스며들라는 듯이.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반가운 택시가 얼음판에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부리나케 택신 안으로 뛰어든 건 나뿐만 아니라, 재채기도 끼어들었다. 에취, 에취! 한번 터진 재채기는 콜록, 콜록, 기침으로 이어졌다. 추위의 뒤끝이었다. 택시기사가 백미러를 통해 나를 유심히 살피더니, 사탕을 건넨다. “갑자기 재치기가 나올 때 사탕을 빨게 되면 멈추더라고요. 손님, 사탕 하나 드릴게요.” 그럴싸한 그의 설명에 고마운 미소를 담은 손을 내밀어 사탕을 건네받았다. 아뿔싸! 그건 막대 사탕이었다. 그냥 입에 쏙 넣은 채 단물이나 삼키려던 내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마스크 탓에 막내 사탕을 입에 물기가 불편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막내사탕을 빨자니, 친절한 기사의 배려심을 내가 짓밟는 셈이 되고. 그는 실상 기침하는 내가 행여 코로나에라도 걸렸을까, 다음에 탈 손님을 의식해서 사탕으로 입막음을 했을 터. 환기하는 걸로 대신하자니 그날 바깥 날씨가 너무 추웠고, 나를 세심하게 배려한 그의 선택은 사탕이었다.

 

  최대한 마스크 착용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면서 나는 막내 사탕을 입에 물었다. 신기하게도 그의 말처럼 기침이 멈췄다. 당뇨나 치아건강을 위해서 사탕을 멀리해온 나였지만, 기침소리 멈췄다고 빨다만 사탕을 뱉어놓기도 곤란했다. 막내만 남을 때까지 빨아댔다. 코로나가 빚어낸 택시기사의 에티켓이 신선하고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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