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병원, 압록강에서 시작된 겨레사랑의 기적

‘북한 개성병원의 기적’은 바로 이 한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한일 월드컵의 열기로 대한민국이 붉은 열정으로 달궈진 2002년 6월! 그린닥터스는 우리 민족의 한과 얼이 서린 중국 연변과 옌청에서 우리 동포들과 중국인들의 아픔을 달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IMF로 전 국민이 시름에 빠진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봉사를 시작으로 뜻이 있는 지인들과 함께 ‘백양의료봉사단’을 만들었고 그날은 중국 연변과 옌청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떠난 날이었다. 그곳에서 두만강 건너 북한과 강가에서 빨래를 하는 북한주민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 곳, 북한 땅에 병원을 세우고 북한 사람들을 치료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말도 안 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고 통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린닥터스에게는 북한에 병원을 세우고 남한 의사가 북한 환자를 치료하는 거짓이나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이루었듯이 꿈을 희망으로,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번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지만 포기는 없었다. 2004년 그동안의 봉사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더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부산에 본부를 둔 긴급의료구호단체 ‘그린닥터스’가 설립되었다.

 

그린닥터스가 출범한 2004년, 북한 룡천역 열차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그린닥터스는 그 소식을 접한 즉시 피해를 입은 북한주민들을 돕기 위해 의료봉사단을 꾸렸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쉽사리 북한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지 않았고, 준비했던 구호물품과 의약품을 보내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일은 그린닥터스가 꾸었던 꿈이 어쩌면 현실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과 북한에 병원을 세워야 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피그말리온 효과’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2004년 6월, 몇 년을 지켜온 간절한 꿈은 북한 개성공단이 문을 열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 TV를 통해 개성공단 소식을 접하고 즉시 그린닥터스 긴급회의가 열렸다. 개성공단에 병원을 운영하기로 결정을 하고 그린닥터스 홈페이지 게시판에 북한 개성병원 필요성과 가능성, 평양에서의 병원운영 불가능 등 북한의료에 대해 솔직하게 가감없이 올렸다.

 

다음날 아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북한의료팀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같은 의지와 뜻을 가진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개월을 준비한 끝에 유수의 대형병원들을 제치고 결국 ‘그린닥터스’가 북한 개성공단에 병원을 세우고 운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기가 있었지만 그린닥터스와 뜻을 같이 한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열정,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아마 그때 그들이 없었다면 북한 땅, 개성에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건강시대’ 지면을 통해 아직도 우리가 잘 모르는 북한과 북한 개성병원에 대해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부디 이를 통해 남북 소통과 평화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 근 재단법인 그린닥터스 이사장>

 

 

그린닥터스는 2005년부터 2012년말까지 만 8년동안 북한 개성공업지구에 개성병원을 개설하고 무료로 운영했다. 남북한 근로자 35여만 명이 개성병원에서 진료를 보았고 수 백 여명의 남한 의료진이 북한 개성병원 의료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정근 이사장 역시 매월 북한을 직접 방문하여 남북한 의료진을 돌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챙겼다. 그린닥터스를 통해 개성병원 남북한 의료진 인건비, 개성병원 의약품 지원, 결핵예방사업 등 약 60억 원 상당의 대북지원이 이루어졌으며 더불어 남북의료교류 활성화, 인도적 진료구호활동, 개성 탁아소 지원 등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통일기반이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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