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 박사가 만난 사람 <숨쉬는 동천> 이용희 회장

숨쉬는 동천은 어떤 단체인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동천재생 시민참여단’이 구성되어 동천의 미래에 대한 논의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후 공식적인 활동 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실질적인 동천의 변화에는 기여를 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과 진정한 동천의 미래에 참여하겠다는 의욕으로 뭉친 2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모임이다. ‘숨 쉬는 동천’은 시민 자치 및 자발의 모임으로, 동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또 변화를 도모하려 한다.

 

이 단체의 활동 현황은?

‘숨쉬는 동천’이 결성 된 후 지난 6개월 여 동안, 회원들은 일상을 마친 매주 수요일 저녁에 모여 동천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열띤 발표와 논의를 진행하여 왔다. 모임 장소는 정해진 것이 아니고 주제와 상황에 따라 매주 변한다. 이는 동천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참여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숨쉬는 동천’은 부산 전역에 걸쳐 매주 필요한 장소에서 부산 도심 속에 복개되어 있는 동천을 복원·재생하기 위한 생태환경, 도시설계, 유역공동체를 주제로 하여 관련 학습과 초청 강연회,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까지의 주요 활동으로는 동천 수질 개선관련 각종 연구∙학습활동, 동천발원지 탐사와 동천 복개구간(일명 지하박스) 탐사, 호계천 유역 안창마을 주민들과의 교류, 당감천, 부전천, 전포천 유역의 주민단체와 교류 활동 등이 있다.

또한 ‘부산광역시 자원봉사센터 단체회원’으로 가입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부산하천살리기 시민운동본부 회원’으로 대한민국 강의 날과 부산 강의 날에 참가하였고, 부산시설공단이 주최한 동천오작교 세븐데이 축제에서 부산시민회관에서 동천살리기 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동천유역에서 이루어졌던 우리나라 산업경제발전 근원지(조선방직, 제일제당, 락희공업사, 신진공업사, 동명목재, 대선주조, 각종 고무신발공장들, 염색공장들 등)를 시민들과 함께 답사하는 ‘동천 탐사단’을 창단하였고, 11월에는 ‘숨쉬는 동천학교’의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천은 부산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고 및 최대의 방직공장이었던 조성방직이 동천 변에 건설된 것은 공업 발전에 있어 이곳이 가진 발전의 잠재력을 가늠하게 했던 일이었다. 이후 각종 고무공장과 염색, 합판 등 다양한 제조공장들이 이곳에 들어섰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수도권 이하 지역에서 신규 공업지역이 생성되지 못하였고, 북항을 중심으로 한 해상, 철도 교통 체제가 이곳의 원료 공급과 상품 반출의 중요 기능으로 작동되면서 동천 일대에는 더욱 더 제조공장들이 집결되기 시작했다. 한편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난민들이 산복도로 일원, 특히 엄광산 자락의 범천동 일대 산록부에 자리 잡으면서 이곳이 새로운 노동력 공급처로 기능하면서 동천 일대는 부산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표 공업지로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업근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최초로 창업하고 수출을 시작한 곳이 동천이다. 국제그룹, 동명목재, 제일제당, 금성사, 대우자동차, 럭키화학, 미원, 대선주조, 송월타올, 동양고무, 우성타이어 등과 같은 기업들이 동천에서 시작하였고, 이들의 산업 활동은 다양한 굴곡의 공업변천사를 지역에 남겨 주었고, 오늘날 국내 유명기업이나 세계 일류 대기업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과 기반을 마련해준 곳이 동천이었다. 따라서 부산시민들은 동천이 가진 근대산업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며, 동천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재건될 수 있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수질 등 현재 동천의 환경상태는?

근대 시대 하천 주변의 산업화는 수질 오염이라는 어쩔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동천도 마찬가지였다. 동천의 경우 공장의 오폐수는 물론 지류를 따라 유입되는 생활하수 또한 동천 오염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특히 동천 하류부에 입지했던 대선주조의 발효 주정으로 인한 악취는 한 동안 동천을 ‘똥천’으로 불리게 했다. 그러나 공장의 이전과 2000년대 이후 전개된 오니 준설(주기적), 분류식 하수관거의 설치 등으로 인해 수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광무교의 벽천폭포에서 해수를 흘려보냄으로써 수질이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냄새가 나고, 해수와 담수의 혼합으로 부유물이 생성되고 백탁 현상이 발생하는 등 시민들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고 있다.

 

부산진구청에서 배를 띄워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던데?

동천의 지류들인 호계천, 부전천, 전포천, 가야천, 당감천은 부산진구, 남구, 동구 지역을 지나고 있고, 부산진구가 가장 넓은 유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동천 정화를 위해 부산진구의 청소선(‘숨쉬는 동천’에서는 일명 숨동1호, 숨동2호로 부름)이 주기적으로 청소 및 정화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동천은 어느 한 구의 문제가 아니라 직접 연계되는 3개구 아니 부산시 전체의 문제라 생각된다. 동천 유역을 직접 영향권과 간접 영향권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어느 한 구의 노력만으로는 동천 정화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며,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도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동천의 지하 물길은 어떤가?

부전천의 복개지하구간을 ‘숨쉬는 동천’ 회원 20여명이 답사했을 때에 비교적 깨끗한 물이 흐르는 구간들도 있었지만, 부패한 흙과 부유물 찌꺼기 등이 쌓여 있어 바닥이 질퍽거렸고 쓰레기들도 떠다니는 상태였으며 약간의 냄새들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주위가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방이 깜깜했고 살아 있는 식물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탐사를 하지 못한 나머지 복개구간(전포천과 당감천)도 거의 유사한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복개는 언제, 왜 이뤄졌나?

동천의 복개가 이루어진 주된 이유는 1970년대 말 부터 시작한 지하철 공사 때문에 우회도로 확보를 위해서 복개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대략 80% 이상이 형체도 알아 볼 수 없게끔 되어 있다. ‘숨쉬는 동천’이 올해 초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광무교 일대의 동천 유역이 버드나무 길로 유명하여 복개 전에는 버드나무가 많았으나 복개로 인해 모두 없어지고 단 한 그루만이 꿋꿋하게 광무교 근처에서 우뚝 서 있었는데 이마저도 몇 개월 사이에 뿌리 뽑히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동천이 복개천이라서 입는 피해인 것이다.

 

동천은 어떻게 살려야 하나?

하천의 생명은 수질이고 또한 햇빛이다. 이를 개선하고 공급해야 만이 동천은 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개선과 공급을 이끌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동천을 숨 쉬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동천 복원과 재생을 위한 범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부산시민들 뿐이다. 수질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은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사안이다. 이와 함께 죽어있는 하천 바닥에 생명체가 살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햇빛의 공급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동천으로 만들어, 부산의 이미지인 바다와 연결되는 물길로 복원되어야 한다. 자연 친화형이 되던 도시친화형이 되던, 온천천이나 청계천 스타일 그 어느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려야 할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동천이 살아나야 한다는 복원과 재생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강한 의지의 결집과 중장기적 비전을 함께 공감하는 시민여론의 형성이다.

 

숨쉬는 동천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

‘숨쉬는 동천’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부산 전역에 걸쳐서 거주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로 회사원, 자영업자, 건축사, 마을활동가, 공무원, 대학교수 등 동천에 관심 있는 부산시민들로 이루어져 있는 모임 단체이다. 그리고 매주 마다 ‘숨쉬는 동천’ 모임에 관심을 갖고 참석하는 시민은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동천을 위해 부산시민들이 해야 할 일은?

동천이 지금의 동천과 같이 머물러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많은 물이 흐르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동천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시민들이 동천재생복원에 열과 성을 보여야 한다. 동천은 우리나라 근대산업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 아니 희생된 하천이고, 해양도시인 부산의 도심을 가로질러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따라서 부산시민은 도시의 한 가운데서 수로를 따라 배가 드나들 수 있는 그런 세계 제일의 미항의 도시를 만들어 가는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은 꾸지 않으면 실천할 수 없듯, 동천 복원과 재생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강하면 강할수록, 함께 하면 함께 할수록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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