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 온 종합병원 수간호사>

유난히 힘들었던 주말! 오랜만에 늦잠 한번 자야지 하고 알람 시계도 죽여놓고 잠들었건만 어김없이 5:50에 기계처럼 눈을 뜬다. 부스스한 눈을 비비고 한참을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한참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나의 신규 간호사 시절이 떠오른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시험 치고 들어간 나의 첫 근무부서는 신생아 중환자실이었다. 1988년 그 시절 우리병원은 밤 근무를 한달 간 하는 시스템으로 근무표가 짜여졌었다. 말이 한달이지 거의 죽음의 근무표였다. 원래 초저녁 잠이 많아 9시면 자는 나로써는 걱정이 아닐수가 없었다. 밤새 아이들은 기저귀 갈아 달라고 울고 우유달라고 울고 신생아 중환자실이라 달고 있는 기계는 왜이리 많고 밤새 알람은 끊임없이 울려 대는지.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는 게 이런건가 싶었다.

 

출근 2시간 전까지 자고 왔건만 새벽 3시부터 졸음이 오기 시작 하더니 4시에는 거의 비몽사몽 이미 몸과 마음은 분리 된지 오래인 것 같다 아침을 어찌 맞이했는지. 겨우 하루 밤근무에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고 퇴근길 버스안에서는 연신 상모를 돌리고 창문에 머리를 몇 번 부딪히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이렇게 꼬박 한달을 밤근무를 하고나서 나는 마침내 사직을 생각하고 같이 밤근무 하는 입사동기에게 조용히 퇴직 의사를 비췄다. 그때 진주에서 올라와서 병원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내 동기는 이제 시작인데 힘들다고 그만 두면 다른데 가서도 마찬가지라며 조금만 더 견뎌봐라고 나를 위로하고 언니처럼 용기도 줬었다.

 

그렇게 15년간의 밤은 남들과 달랐다. 아이 때문에 한 숨도 못 자고 밤 근무를 나온 선배는 도저히 졸음을 견디지 못해 간호사 스테이션 한쪽에서 쪼그리고 앉아 잠시 눈을 부치지만 이내 알람 소리에 부산하게 인큐베이터로 달려간다. 밤새 호흡기를 달고 있는 아기 때문에 잠시도 앉을 시간없이 코끼리 다리가 되도록 뛰어다닌 그 시절, 집안 대소사, 친구 결혼식, 명절에 제대로 참석해 보지 못한 안타까운 기억도 있고 너무 힘들어 새벽 4시만 되면 다음달까지만 하고 그만 둬야지 하는 생각을 무수히 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그리고 가끔씩은 맛있는 야식으로 지친 몸을 충전하며 형광등 불빛 아래 졸음을 쫒으며 생명의 등불을 지킨 내 동료들과 선배 간호사 선생님들이 너무 보고싶다. 지금은 낮번 근무만 하고 있지만 문득 문득 그 시절이 너무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 나는 수간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신규간호사들과 업무와 관련된 면담을 하게 되는데 요즘도 밤 근무가 힘들어서 이직을 하거나 아예 간호사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밤 근무로 인한 여성 근로자들의 건강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간호사들의 밤 근무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밤낮없이 병마로 시달리는 환자들을 내 가족이라 생각하며 나이팅게일이 환자를 위해 밤낮으로 등불을 밝혔듯이 우리도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적당한 휴식과 운동 등으로 자기관리를 해 나간다면 힘든 환경을 충분히 이겨내고 한 사람의 훌륭한 간호사로서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나이팅게일의 미소를 가지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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