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후 눈치 밥 먹는데 익숙해진 일등급 백수 기영. 부담스럽게 공부 잘하는 자식 만나서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등골 빠지는 바쁜 중년의 성욱. 혁수는 타국 땅에 마누라와 자식들을 유학 보낸 자신이 자랑스러운 기러기아빠다. 이 셋은 20년 전, 3년 연속 대학가요제 탈락을 끝으로 해체된 록밴드 활화산 멤버들이다. 어느덧 40대 중년으로 접어든 이들은 ‘꿀꿀한 인생, 뭐 신나는 일 없을까?’ 하면서 다시 밴드를 만들어 그들만의 꿈을 좇는다. 2007년 개봉된 영화 ‘즐거운 인생’ 줄거리다. 이 영화는 직장인 밴드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온 종합병원의 밴드인 ‘온크로스밴드(ON Cross Band)’가 창단된 것은 2011년 그리고 지난 6월 12일 창단 첫 정기공연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 밴드엔 우선 차별이 없다. 다만, 그들끼리 인생의 즐거움을 공유할 뿐이다. 멤버의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서는 기획실장도, 팀장, 팀원도 각자 자기역할을 수행하는 멤버 일뿐 상사와 부하라는 수직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행정직원과 간호사, 의료기사들이 한데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40대 중반의 기획실장은 드럼을 맡고 있다. 그는 전남대학교 그룹사운드 ‘로터스(Lotus)’ 14기 기타 출신이다. 베이스 기타를 치는 영상의학팀장 역시 대학시절 잘나가는 밴드활동을 했다고 한다. 부산카톨릭대학교 그룹사운드 ‘돌파구’ 2기 출신이다. 원무팀 한 직원은 고등학생 때 ‘레벨오프’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즐겁고 신나는 인생’에다 ‘화합하는 직장’을 모토로 지난 2011년 12월 결성된 온크로스밴드는 매주 월요일마다 함께 모여 연습한다. 그리고 12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한 직장에서 모든 멤버가 구성된 부산 최초의 밴드라는 자부심과 함께 부산일보사와 부산시민회관이 주최하는 제1회 부산 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것.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 / 모두가 처음 서보기 때문에 /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공연 때 연주할 이승철의 노래 ‘아마추어’ 가사처럼 그들은 아마추어다. 하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아 / 내세울 것 없는 실수투성이 /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 그냥 즐기는 거야” 하고 외치는 온크로스밴드의 삶의 열정만은 그 어느 베테랑 뮤지션들에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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