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설공단 박호국 이사장

의사, 한의사, 약사. 서로 닮은 듯 좀체 한데 뭉치기 힘든, 우리사회의 엘리트집단이다. 2011년 3월 ‘봉사’라는 목표 아래 이들이 서로 손을 잡았다. ‘이질적인’ 이들뿐만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이·미용사, 식당주인 등 ‘더 이질적인’ 이들도 함께 ‘봉사’대열에 합류했다. 이질감 탓에 불협화음만 내던 이들을 조화롭게 이끈 이가 현재 부산시설공단에 몸담고 있는 박호국 이사장이다. 당시 부산시 복지건강국장이던 그는 동구 안창마을 등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사는 이웃들의 어려움에 늘 가슴 아파했다.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 아파도 집에서 끙끙대고 있을 뿐이었다. 허름한 집은 금방 쓰러질 듯했다. 전기를 아끼려고 여름철엔 비지땀을 쏟으며 지냈다. 겨울철의 아랫목은 숫제 냉골이었다. 심지어 하루 세끼를 다 채우지 못하는 이웃들도 적지 않았다. 국가나 지방정부 재정만으로 그들의 아픈 그늘을 걷어내기 힘들었다.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할 수 없다는 옛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박 이사장은 직책상 자주 교분을 쌓아온 이들 보건위생단체 관계자에게 저소득층 지역을 돕는 자원봉사조직을 제안했고, 이들과 부산시 복지건강국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탄생한 단체가 ‘행복바이러스 자원봉사단’이다.

이 단체는 양․한방 의료지원반, 이·미용지원반, 무료 급식지원반, 가옥수리 지원반으로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을 중심으로 의료 지원반은 혈압·혈당검사와 함께 양·한방 진료, 구강검진, 건강 상담을 한다. 부산시의료기사연합회는 어르신 틀니 무료세척 봉사를 하고 있다. 이․미용사들은 이발봉사를, 중식봉사 총연합회는 자장면 등 무료급식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함께 참여한 시청 공무원들도 그들 나름대로 저소득층 가구를 직접 방문해 도배와 장판·싱크대 등을 교체해 주고 있다. 심지어 빨래나 청소까지 도맡았다. 수리를 끝내고 집을 나설 땐 밑반찬 가게로부터 후원받은 밑반찬으로 식사까지 마련해준다고 한다. 연말에는 장애인생활시설이나 노인복지관 등을 찾아가 마술, 노래경연 등 위문공연을 벌여 차가운 겨울을 훈훈하게 해줬다.

‘행복바이러스 자원봉사단’의 활동은 기업이나 시민 후원금과 자원봉사 참여자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이 모임을 결성하는데 앞장선 박호국 이사장은 자원봉사를 위해 이용사 자격증까지 따내 어르신들의 머리를 직접 깎아줬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복십자 대상’을 받았다. 그때 받은 상금 100만원도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 지원에 선뜻 내놨다. 지금까지 이 단체의 활동에 참여해온 자원봉사자들은 1,500명을 훌쩍 넘긴다. 1만 세대 이상의 서민들이 이들의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재능기부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이들의 행복바이러스에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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