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주지 원범 스님

“진짜 불교는 글이 아닌 마음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경전을 보고 공부를 하는 이유는 이 마음의 작용을 이해하고 올바른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구체적인 실천이 수행과 나눔입니다.”


혜월 선사가 머물며 무소유 무차별을 몸소 실천한 부산 선암사의 주지 원범 스님은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했다. 1974년 흥교 스님을 은사로, 덕명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5년 고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77년 법주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제방선원에서 정진한 스님은 청원 천주암 주지, 범어사 재무국장을 역임하고 1994년부터 선암사 주지를 맡아 지역 포교에 진력해 온 스님은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생명나눔실천 부산지역본부 본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선암사 주지를 맡으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불교대학입니다. 선암사 주위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지만 근처에 불교 강의를 진행하는 도량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선암사도 그 동안 기도를 하거나 등산을 위해 거치기만 하는 불자들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도량에 공부하고 수행하는 분위기가 정착된 점이 가장 기쁩니다.”


특히 원범 스님은 강의를 하면서 항상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불자들이 수행과 나눔을 실천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스님이 직접 경험한 수행담을 강의 중 풀어낼 때면 불자들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난다는게 스님의 설명이다. 생명나눔실천 부산지역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스님의 영향인지 선암사 불교대학 재학생들 가운데에는 자연스럽게 장기기증 신청을 하고 난치병 환우를 돕는 보살행을 실천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원범스님이 강의를 통해 생명 나눔의 가치를 소개해 온 덕분이다. 스님은 수행에는 행복도 불행도 없다고 말한다.

“수행은 ‘그냥’ 정진하는 것입니다. 길을 가다 보면 산도 보이고 집도 보이겠지요. 우리가 수행을 하면서 경험하는 일체의 것은 무상(無相)이고 그냥 지나가는 것들입니다. 잠깐잠깐 느끼는 기쁨이나 희열을 행복이라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행자들이 하는 공부는 늘 비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배운 것을 덜어내는 것입니다. 참선, 기도, 염불 등 모든 수행은 비울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내 것, 네 것을 가리고 따질 것이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그냥 저 하늘이 내 것이다 하고 넓은 마음을 가지세요. 어딜 가시더라도 ‘좋다, 싫다’를 따지는 것을 잠시 멈춰보세요. 그리고 스님들이 선방에서 한 철을 나듯이, 염불 기도를 하듯이 정성스런 삶을 실천해 보세요. 행복, 불행 따지지 말고 마음을 다해 정진할 때 어느 날 훈습이 몸에 밴 자신을 발견하고 작은 미소를 짓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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