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철 부산도시공사 감사·본지 편집이사

내가 좋아하는 K씨. 필자와 6개월간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고, 지금도 뜻을 같이하는 동지인 그는 한마디로 지독한 ‘골초’다. 아니 골초였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월. 흡연실(?)에서 한 대 피우고 나가려는데 그는 급히 한 개피를 더 태우는 게 아닌가. 신기해 하는 필자에게 그는 두 대를 태워야 한 시간을 버틴다고 했다. 30여년간 하루 3~4갑씩 피웠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그러다 지난해 7월 모 기관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건물 밖에 있는 야외 흡연장. 두 대를 거푸 태운 그는 3대째 덮석 물었다. 그는 “자주 내려오기 힘들어 한 번에 3대를 핀다”고 했다.

그런 그가 지난 연말 담배를 끊었다. 담배값이 올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최근 만난 그는 두 달째 끊고 있었다.

정부는 담배값을 올린데 이어 식당 술집은 물론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으로 금연구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연초에 내놨다. 영국에선 올해 매끈하고 화려한 담배 포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키로 했다. 심플하게 하면서 건강 경고 문구를 부각시키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가 흡연과의 전쟁에 나선 형국이다.

필자는 고1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화장실이나, 방과후 교실에서 담배를 피다 선생님께 걸려 흠씬 맞기도 했다. 20수년간 언론사에 몸담았던 필자 역시 한 때 체인스모커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지난 99년 장인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2010년까지 10여년간 담배를 끊은 적이 있다. 그 뒤 장난삼아 한 대 입에 물다 다시 피워 지난해 7월 두 번째 금연때까지 4년간 흡연을 했다.

새해들어 금연 결심을 한 이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의 본부장 두 분도 금연 선언을 했다. 통상 1~2주, 길게는 한 달 정도 버티다 술자리에서 무너지는 게 ‘연초 금연자’들의 패턴이다.

애연가였던 필자는 두 번 담배를 끊은 경험이 있다. 장난스럽게 한 대 피다 ‘십년 금연 도로아미타불’이 되기도 했다. 필자의 경험으론 금연에 왕도는 없다.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건 금연초나 전자담배 같은 보조기구로는 끊기 어렵다는 것이다.

담배의 중독성은 결코 마약보다 약하지 않다고 한다. 흡연자에게 강제로 담배를 못피게 하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주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태두인 프로이트. 골초였던 그는 담배를 끊으려다 우울증에 걸려 코카인 중독자가 됐고, 코카인을 끊으려다 다시 담배를 피우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결국 구강암에 걸려 30여 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사망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골초들의 사례들은 많다.

정부가 담배값을 대폭 인상한데 대해 비판여론도 없지않다. 흡연자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도 있다. 어찌 됐건 정책은 시행되고 있고, 담배값은 대폭 올랐다. 담배 필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고, 가족들 조차 등을 돌린다. 필자도 담배 끊는데 딸이 크게 일조했다.

이럴진대 이번엔 정말 담배를 한번 끊어보자. 두 번째 금연한지 7개월된 지금 필자의 얼굴색이 맑아졌다. 전날 상당한 음주에도 불구, 아침이 거뜬하다. 늘 몸이 가벼워 활기차게 일을 쳐냈다. 등산해 보니 몸이 가벼워졌음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얼굴 좋아졌다며 부러워한다.

금연후 이처럼 좋은 게 많아졌다. 물론 담배 피울 때 엄습하는 ‘잠깐의 행복감’을 향유하지 못하는 대가다. 하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흡연으로 잃는 게 얻는 것보다 너무 많다. 흡연자의 암발병율이 높은 등 의학적인 분석을 한다면 담배를 끊어야 할 이유는 더 많아진다.

필자는 지면을 빌어 죽을 때까지 금연하겠다고 선언한다. 평소 사랑하고 존경하는 K씨, 그리고 두 본부장님 이번엔 금연 성공하시길 빈다. 아울러 연초에 결심하신 독자 여러분들의 성공적인 금연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굿이 남기고 싶은 한마디. ‘딱 한 대에 무너집니다’.

저작권자 © ONNews 오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