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우리행복요양병원장

오랜 개인병원 원장 노릇을 그만 두고 요양병원 원장으로 온지도 벌써 3달을 넘어 4달째로 접어 든다. 개인병원을 할 때는 몰랐던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노인인구가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과 요양병원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건강하고 부족한 것 없는 사람도 있지만 늙고 병들고 가족도 없는 어르신들도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것 이었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 뇌졸중 후유증으로 거동을 못하는 어르신, 치매가 있는데 암까지 발병 하여서 가족들이 집에서 해 보다가 해보다가 눈물을 머금고 병원으로 모시는 어르신... 정말로 다양한 경우의 환자분들이 계신다. 젊은 분이지만 암이 발병 하여서 요양 및 대체요법적인 암 치료와 병행 하기 위하여 오시는 분도 계시고...


아무튼 병도 다양하고 나이도 다양한 분들이 오시는 곳이 요즘의 요양 병원인 것이다.


이곳 요양병원에서 근무를 하면서 또 놀란 것이, 이곳에 근무하는 간호사, 간병사들은 정말로 천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소변을 다 받아내고 뒤처리는 물론, 식사를 잘 못하시는 분들의 식사 수발까지... 물론 그 분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치매 환자분들이 밥 안먹겠다고 약이며 밥을 품어내어서 얼굴에 세수 아닌 세수를 해가면서도 얼르고 달래서 기어이 약을 먹여 드리고는 약 다 드셨다고 좋아하는 모습에서 천사의 얼굴을 본다.


요즘 요양병원에 대해서 말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장성의 모 요양병원에서 화재 사고와 세월호 사건이 난 뒤 정부당국에서는 요양병원을 더욱 더 철저하게 관리 감독 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그러한 감시 감독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만이 불법을 일삼는 몇몇 사무장 요양병원들이 정리되거나 올바로 병원을 꾸려나가지 않겠는가? 하지만 대다수의 요양병원의 원장과 직원들은 어르신들을 거의 가족처럼 생각하고 돌봐드린다.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얼마나 드시는지, 대변은 어떻게 보시는지 기분은 어떠신지, 치매가 어땠는데 요즘 갑자기 더 나빠지시고 있는지... 등등 한명 한명의 상태가 머릿속에 다 그려진다. 어쩌면 그분들이 하늘나라 가실 때 가지 우리 병원에서 계시다가 가실 분이시기 때문에 더욱 더 짠한 마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병동에서 들은 95살과 87세 치매어르신의 대화 내용이다.

 

“ 할매, 나이가 몇 살인교? ” “내 나이열아홉살 아이가 ”
“하이고, 이 할매 나이가 열아홉살이라 카네.”

좀있다가 다시 대화가 오고 간다.


“할매, 나이가 몇 살인고? ” “ 내 나이가마흔살이다.”
“하이고, 이할매 나이가 마흔살 이라카네.”


같이 듣던 간호사들과 같이 장단을 맞추어 드리며 할머니들과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 어른신들은 코메디언이다 이런 대화라도 오래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다들 건강하시고 오래들 사신다.


나도 나이가 들면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가게 될까? 아마 그럴 수도 있지않을까 싶다. 내가 침대에 누워있어야 한다면 꼭 그래야만 한다면 어떤 의사나 간호사, 간병사가 내게 오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 본다. 그냥 내게 와서 환하게 웃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손을 꼭 잡아서 쓰다듬어 주고 눈을 한번 봐주었으면 좋겠다. 따스한 햇볕도 한번씩 보게 해주면 좋겠다...

 

생각해 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누워계신 어르신들의 마음과 희망사항은 또 다를 테니 내일 아침 회진때는 그 고민을 또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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