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평안한 삶의 마무리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70년에 61.9세였던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2013년 81.9세로 43년 만에 20세 늘었다고 한다. 또한 최근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 60세인 우리나라 남성은 87.04세, 여성은 91.97세의 기대수명을 전망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건배사의 99살이 허망한 숫자가 아니며, 평균수명 100세 시대도 머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미국의 텍사스대학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2150년까지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논문을 2000년에 발표한 바 있다. 오늘날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은 과학기술의 기여가 절대적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퇴치하는 페니실린 항생제ㆍ백신 등의 의약기술, 인공심장ㆍ인공뼈 등의 의공학기술, DNA 유전자 조작으로 난치병을 치유하는 생명과학, CTㆍMRAㆍ초음파 등의 의료기기 발전이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인류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영생을 얻기 위해 불로초를 갈망했던 중국의 진시황이 겨우 49년을 산 것에 비하면 평균수명의 연장술은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장수가 축복받은 일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첫 번째 이유는 유병장수(有病長壽)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2012년 기대수명은 81.4세이지만,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건강수명(유병기간 제외)은 66.0세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15.4년은 질병을 앓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명은 연장되었지만, 많은 시간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살고 있는 것이다. 99세까지 살 수 있어도, 88하게 사는 것은 장담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인구의 고령화 문제이다. 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비하는 비율이 7% 이상을 고령화 사회, 14% 이상을 고령 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26년에는 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들의 빈곤, 고독사, 복지비용 증가 등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가 된 지 오래다.

세 번째는 연명치료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다.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게 치료는 단순히 죽음에 이르는 시간만을 연장시키는 무의미한 치료라는 주장과 생명은 존엄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의 자료에 따른 무의미한 연명치료 환자는 매년 약 3만 명 이상이며, 연명치료에 국민 1인당 평생 의료비의 약 40%가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술자리에서 왜 234라고 외치는지 알 만하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연명치료에 시달리면서 임종을 맞기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품위 있게 죽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면서 죽음을 스스로 미리 준비하면서 맞이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웰다잉은 죽음을 두려움으로 여기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생명연장의 과학기술이 본의 아니게 앞서 소개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이제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건강한 삶 그리고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해결책도 과학기술이 내놓아야 한다. 살아 있는 한 질병의 고통을 없애고, 고독사 예방,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과학적 근거 제시 등 다양한 웰다잉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생명연장이 재앙이 아니라 축복받은 것임을 확인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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