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등 아시아 가난한 나라

병원 9층 엘리베이터 앞. 한 꼬마 아가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정근 박사를 반긴다. 누구?, 하는 정 박사의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사회공헌팀장이 아이를 소개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로, 2차 언청이 수술을 위해 내원했단다. 우리나이로 여섯 살인 효원이는 지난 2010년 9월 우리병원을 첫 방문했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입술이 갈라지는 구순열, 일명 ‘언청이’로 태어났다. 흔한 선천성 기형 중 하나인 구순열은 어릴 때 빠른 수술이 필요하다. 한국인 아버지와 우즈베키스탄인 어머니는 비싼 치료비 탓에 망설이던 중 그린닥터스라는 봉사단체를 소개받았다. 그린닥터스와 온종합병원의 배려로 5년 전 1차 수술에 이어 이번에 2차 수술까지 받게 된 거다. 인중에 붕대를 붙인 아이의 얼굴이 그지없이 해맑다. 정말 예쁘구나!, 정 박사는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는 격려 말을 잊지 않는다. 효원이는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온종합병원 치과에서 몇 차례 더 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며칠 전 그린닥터스가 12차 정기총회를 가졌으니, 설립된 지가 벌써 12년 됐다는 말이다. 그린닥터스는 지진 등 주로 자연재해 지역 구호활동이나 동남아 등 아시아 가난한 나라들을 다니며 해마다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인류애를 실천해오고 있다. 이 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때로 우리나라로 초청해 무료진료도 해주고 있다. 효원이 같은 친구들이 적지 않다.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시에 거주하는 도해연(여,41세)씨도 그 중 하나. 그녀는 현지에서 동생과 미용실을 운영하던 중 인근 병원에서 갑상선염 진단을 받고 2012년부터 하루 30알이 넘는 약을 복용했다. 독한 약을 과다 복용한 탓에 오히려 심신이 점점 쇠약해졌다. 병세 악화로 치료를 포기하려던 중 현지 교회를 방문한 그린닥터스 이사인 김정광 목사 일행을 만나 한국에서 무료 진료를 받고 나았다. 도씨는 2013년 10월부터 모두 네 차례 온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2008년 1월엔 지진 때 입은 화상으로 평생 일그러진 얼굴로 살아온 중국인 여성 위홍씨를 초청해 무료 수술해줬다. 당시 그린닥터스는 1975년 중국 선양 지진 당시 화재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위홍씨를 우리나라로 초청해 얼굴 재건 성형수술, 손가락 재생수술은 물론 각막 이식을 통한 시력회복을 도왔다. 위홍씨는 2007년 7월 중국 랴오뚱 일대로 의료봉사를 떠났던 그린닥터스 봉사단의 진료실을 찾았다가 뜻밖의 무료수술 혜택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07년 무렵 중국의 우루무치에서 의료봉사를 하다 만난 위구르족 아브라함 씨도 정근 박사와 그린닥터스 주선으로 정근안과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고는 광명을 되찾았다. 대학교수로 우루무치 지역 무슬림 지도자인 그는 그린닥터스의 은혜를 잊지 않으려고 수술 이후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열렬 크리스천이 된 아브라함 교수는 우루무치 내 기독교 선교활동에 전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카까지 한국으로 유학 보낸 그는 지금 우루무치에서 한국 알리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린닥터스(Green Doctors), 그들은 청진기를 든 외교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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