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기준 10만 명 당 536명이 결핵환자다. 세계적으로도 결핵 고위험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북한결핵 현주소다.

어쩌면 통일한국의 통합과 안정을 해칠 걸림돌이 결핵일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중에 한 사람이 정근 박사다. 그는 3년 전부터 안과의사이면서도 대한결핵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스스로오래전 결핵을 앓아왔던 터라 봉사하는 자세로 임했다고는 했다.

그의 맘속 깊은 내면에는 그린닥터스를 통해개성공단에서 8년간 응급진료소를 운영하면서 직접 겪은 북한 결핵 심각성을 알기에 그 자리를 원했을 터이다. “한반도에 두 개의 핵이 있는데,하나는 핵무기이고, 또 하나 무서운 핵은 결핵”이라고 그가 입버릇처럼 말한다.

결핵을 방치한 상태에서의 통일은 자칫 한반도 전역의 전염병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는 거다.두 개의 핵을 퇴치해야만 진정 통일 한국의 초석이 다져질 것이라는 그의 평소 신념이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다.

대한결핵협회(회장 정근)는 9월 1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반도 결핵퇴치벨트 구축을위한 세미나’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역시 정근 박사처럼 북한결핵 문제는 ‘통일 대한한국’의 차원에서 다뤄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축사를 통해,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이했지만 우리의 위대한 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면서 “진정한 광복은 한반도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없는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지적하면서 “‘건강한 통일한국시대’를 열어가려면 북한 결핵 퇴치는 반드시 선결돼야 할 국가 과제”라고 주장했다.
정근 회장도 인사말에서 “결핵은 북한 의료문제 중 가장 심각한 부분” 이라면서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남북 당국이 북한 결핵퇴치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북한사범대학 교수를 지내다가 탈북한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의 북한 결핵에 대한 증언도 있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에 시작되면서 군에 갔던 많은 친구들이 결핵에 걸려 집으로 되돌아왔단다. 군에서 치료할 수 없으니 집에 가서 스스로 해결하라는 거였다. 당시 군 입대하는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당부하는한결같은 말이 “영양실조 걸리지 말고, 결핵 걸리지 말고 돌아오라”는 거였단다.

주 기자는 북한결핵 유병률이 높은 이유로 영양실조를 꼽았다.그러면서도 앞으로 북한 결핵이 더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유엔의 보고서에선 증가할 것이라고 하나, 이는 진단시스템이과거에 비해 좋아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북한 주민들의 영양상태가 많이 개선된 데다 집에서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주 기자도 다제내성 결핵환자엔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주 기자는 지금 북한엔 예방의학이 완전 붕괴돼 있다고 걱정했다. 북한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예방접종 사업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용도 100억 원 남짓에 그쳐 남한의 퍼주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고, 북한역시 예방약 지원을 거절할 사례가 없다고 했다.

드레스덴 선언에 포함된 영유아 영양공급과 같은 제안은 북한에서 자신들을 ‘거짓취급’ 한다며 거부감만 갖는다고 했다.

주 기자는 끝으로 “언론 등을 통해 북한결핵이 통일한국에 미칠 영향을 적극 소개함으로써 한반도 결핵퇴치에 대한 국민동의를 구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와 더불어 조선일보 통일 펀드 등 민간기금과 손을 잡고 북한 전염병 퇴치사업에 진출하는 게 남북 모두 부담스럽지 않고 가장 효과적인 대북 교류정책이라고 제안했다. “앞으로 북한 결핵 퇴치 지원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데 대한결핵협회가 앞장설 것”이라는 정근 회장의 다짐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래, 통일한국은 핵무기와 결핵, 즉 두 개의 핵이 없어져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정근박사만의 주장이 아니라, 7천만 국민들의 주장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임종수 대한결핵협회 부위원장>

저작권자 © ONNews 오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