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강대학 졸업생 올해 국가시험에서 20명 대거 합격

올해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서 육칠십 대 어르신들이 대거 합격해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정년퇴직 이후의 삶을 아픈 이들을 돌보는 일에서 인생의 2모작을 가꾸겠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건강대학은 최근 2015년도 요양보호사 국가시험에서 30명이 응시해 20명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합격자 20명은 60, 70대 어르신들이다. 지난 2010년 6월 문을 열어 부산시민들의 평생 건강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은 한국건강대학은 올해 초 요양보호사교육원을 설립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늘어나는 노인인구의 간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가족분화가 심화되면서 노인들끼리 간병하는 세대들이 늘고 있는 것도 한국건강대학에서 요양보호사교육원을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이나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에서 의사 또는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장기요양급여수급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정서적 및 사회적 보살핌을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요양보호사는 환자들의 청결유지, 식사와 복약보조, 배설, 운동, 정서적 지원, 환경 관리 및 일상생활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청소, 세탁, 조리 등의 생활지원이나 배설, 입욕, 식사 등의 신체보조 혹은 일상생활 중의 어려움 등에 대해 조언해주는 역할도 한다.

지난 2월 23일 개원한 한국건강대학 부설 요양보호사교육원은 건강대학 졸업생 31명을 대상으로 8주간 필기 및 실기, 실습 교육을 실시했다. 강사는 온종합병원 의사들과 수간호사들이 담당했다. 실무경험이 풍부한 현직 의료진들의 직접 강의에다, 수강생들의 열정이 더해져 강의실은 언제나 활기를 띠었다. 5, 6월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휩쓸 때도 수강생들은 빠짐없이 수업을 강행했다. 노인성질병들을 배우고, 익힌 지식을 바탕으로 요양병원에서 직접 또래의 노인들을 돌보면서 요양보호사로서의 소양을 쌓아갔다.

지난 2개월 동안 31명의 입학동기생 모두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수료했다. 수강생들 중에는 애잔한 사연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백 노인(77)과 이 노인(여·74) 부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우울증까지 앓았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건강대학 요양보호사교육원에 입학한 노부부는 함께 공부하면서 스스로 병까지 물리쳤다. 백 노인은 “우리 부부는 앞으로 누가 몸져누우면 서로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하면서, “온종합병원의 의사들이나 수간호사들을 건강의 스승으로 모실 수 있는 인연을 맺어 건강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기뻐했다.

정 노인(여·75)은 불과 3개월 전 뇌졸중으로 온종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 집에서 요양하던 중 건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무력감에 겹쳐 요양보호사 자격에 도전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은 상태여서 무척 힘들어했다. 인체의 기능을 해부학적으로 설명하는 어려운 서적을 힘겨워하며 쳐다보는 어머니가 안쓰럽다며 딸들이 정 노인에게 수차례 관두시하고 조언했다. 또래 노인들과 어울리면서 강사인 수간호사들과 끊임없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 그는 점점 삶에 의욕을 가졌다. 하루하루 밝게 변하는 어머니를 보고 딸들이 놀랐다. 첨 반대했던 딸들이 “엄마, 정말 대단해. 그렇게 공부가 재밌어?” 하면서 정 노인의 강력한 응원군으로 바뀌었다. 또 다른 수강생은 3년 전 죽을 고비를 넘기고 덤으로 사는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보려고 요양보호사를 꿈꾼다고 했다. 주변에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또래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분, 몸이 좋지 않은 딸을 잘 돌보고 싶어 지원한 70세의 할머니, 그리고 친정 부모님을 스스로 돌보겠다며 효도하려는 마음으로 지원한 분 등 모두가 감동의 사연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합격한 요양보호사들은 한결같이 “온종합병원과 한국건강대학에서 베풀어준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삶을 요양보호사로 보람 있게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고령 합격자 박정숙 할머니(1945년생)

이번요양보호사 합격자 중 최고 연장자라는 사실이 깜짝 놀랐습니다, 영광스럽기도 했고요. 22년간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에서 사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지회 지회장으로 6년간 활동하였습니다. 생의 마지막 사회봉사를 하고자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자격증을 따게 되면 힘든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여름 공부하느라 땀깨나 흘렸습니다.

참 힘든 공부였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 노력보다는 끝까지 지치지 않도록 곁에서 격려해준 강지연 선생님 덕으로 합격했습니다. 애광원에서의 현장실습 때 참으로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힘들게 투병하는 또래 노인들의 모습에 시리도록 가슴 아팠습니다. 요양보호사로서 저에게는 새로운 삶의 지표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저희들이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정근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남편도 대단하다고 하구요, 우리아들, 며느리도, 우리엄마 최고라고 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어려운 분들께 지속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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