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당감2동 966번지 온종합병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우편함이 먼저 공손히 반긴다. 빨간 하트모양이다. 마치 심장이 팔딱팔딱 뛰는 듯하다. ‘Happy ON-Letter’가 이 편지함의 이름이다. 이곳에 편지를 넣으면 1년 후에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느린 우체통’인 셈이다. 뜻밖의 아픔으로 찾아온 병원. 때론 가족의 일상까지 무너져 내린다. 무심했던 탓에 잃어버린 건강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이즈음 되면 틈만 나면 두 손을 꼭 모으고 회복과 소망, 사랑을 기원하며 새삼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게 된다. 온종합병원의 ‘1년 후 받아보는 편지함’은 단순히 느린 우체통의 기능 외에 치유의 힘까지 부여하고 있다. 편지함 바로 옆 책상 위에 준비해둔 엽서와 필기구를 들고서 건강하고 사랑스러웠던 한때를 떠올리게 함으로써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긍정의 힘을 불어넣는다. 아픈 몸과 망가진 마음을 달래면서 꼭꼭, 힘주어 눌러쓴 볼펜 글씨. 한 글자 한 글자에서 사랑과 행복이 샘솟는다. 다소 삐뚤삐뚤 할지라도 자판으로 두드려 뽑아낸 프린트에서 느껴보지 못하는 정이 물씬 묻어난다. 1년 후 편지를 받을 사람은 자신이나 가족들. 그들은 1년 뒤 집으로 부쳐진 편지를 읽고 또 다시 건강과 가족의 참의미를 더듬게 된다. 이 편지함이 세워진지 두세 달. 제법 많은 환자들이 이 편지함에 소중한 사연과 희망을 담은 엽서들을 넣고 있단다. 온종합병원 사회공헌팀은 정확히 편지를 쓴 날로부터 1년 뒤 해당주소로 보낸다. 편지를 보내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은 온종합병원에서 부담한다. 하루 종일, 카톡, 거리며 총알같이 빠른 삶을 살아내는 현대인들에게 온종합병원의 느린 우체통은 여유와 치유를 가져다주는 건 분명해 보인다. 1년 후 받아보는 편지를 쓰고 있는, 당신은 / 내 인생에 있어서 / 가장 아름답고 / 소중한 편지입니다.

 

저작권자 © ONNews 오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