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일 아침 4월 월례회에서 가슴 찡한 행사가 마련됐다. 온종합병원에 입원했던 환자의 기부성금 전달식이었다. 그 환자의 주치의인 신경과 노순기 과장이 온종합병원 사회공헌팀에 대신 전달했다. 액수는 70만원. 그리 큰돈이 아니어서 가볍게 여겼으나 노 과장으로부터 사연을 듣고는 이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성금을 낸 환자는 칠십대 중반 할머니. 다발성 뇌경색에다 당뇨병, 심지어 치매까지 앓고 있었다. 투병을 위해 부산시내 여러 병원들을 전전하다가 2013년 9월부터 노 과장에게 죽 진료를 받아왔다. 그에게 가장 큰 버팀목은 의료보호1종이라는 나라의 복지제도와 40대 후반의 효심 깊은 아들. 의사에게 성가실 정도로 아들은 모친의 간병에 지극정성이었다. 입원 때마다 아들은 어머니께 문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상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들은 어머니 병문안길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아들은,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고 하더란다. 아들은 가해자 측으로부터 사고 보상금조로 70만원을 받았다. 의료보호1종 대상자인 그들 모자에겐 ‘어마어마하게(?)’ 큰돈이었다. 짧은 시간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수십 가지 스쳤을 거다. 병실의 어머니와 상의 끝에 아들은 주치의인 노 과장에게 선뜻 성금으로 내놓았다. “의료보호1종 대상인 환자분들 중에 생활이 어려워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써 달라. 이게 나라로부터 도움 받고 있는 우리 모자가 해야 할 마땅한 도리라 여긴다.”는 말과 함께.

​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3개나 설립해 운영해왔다는 뉴스가 우리사회를 우울하게 하는 요즘이다. 어디 그 사람뿐이랴. 한국인 195명이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들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세회피처 요건에 해당되는 나라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세웠거나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죄가 되지는 않는다. 조세회피처 거래의 이면에 소득이나 재산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거나, 소득ㆍ재산에 따르는 각종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탈루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가난한 사람의 ‘성금 70만원’으로 대한민국 복지제도를 굴릴 수는 없다. 조세회피처로 빼돌린 ‘있는 자들’의 뭉칫돈에 제대로 세금을 물려야만 대한민국이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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