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 안팎으로 긴급의료 행위가 절실한 곳이면 정치나 인종, 국가, 종교를 초월해 의료봉사를 펼처온 그린닥터스재단. 올해 창립 13주년을 맞이한 이 단체는 어제 정기총회장에서 우리사회에 또 하나의 공감 과제를 던졌다. 장기기증 서약운동이다. “목숨을 살리는 일은 무엇보다 귀합니다. 특히, 사후 자기 신체의 장기들을 기증하는 일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합니다. 이 일은 봉사의 정점을 찍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날 정근 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통해 선언한 그린닥터스의 장기기증 서약운동 참 뜻이기도 하다. 부산진구 달동네 의료봉사에 그치던 백양의료봉사단이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하면서 그린닥터스의 봉사영역은 북한과 아시아 빈국으로까지 확대됐다. 강진으로 파키스탄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을 때,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정도의 강력한 쓰나미가 스리랑카를 덮쳤을 때, 초강력 사이클론이 미얀마 국토를 유린할 때, 그린닥터스가 가장 먼저 달려가 울부짖는 그 이웃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2005년부터는 ‘동토의 땅’으로 배워온 북한 개성공단에서 꼬박 8년간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하면서 남북화해 무드 조성에도 이바지했다. 지금까지 그린닥터스가 추구한 핵심가치는 평화였다.

올해 새로 천명한 장기기증 서약운동은 생명 나눔이다. 이 캠페인을 그린닥터스 주력사업으로 내세우는 데엔 정근 이사장의 특별한 개인사가 얽혀있다. 1992년으로 기억된다. 당시 그는 부산대 의대 안과교수로 재직 중 ‘안은행(眼銀行)’을 만들어 각막기증과 각막이식을 주도한다. 부산대병원 의사들은 물론 부산의대생들까지 각막 등 장기기증에 서약함으로써 우리사회에 생명 나눔이라는 공감가치를 제시한다. 당시 장기기증 운동에 의기투합했던 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 회장과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은 25년 만에 또 다시 손을 잡고 장기기증 서약 캠페인에 불씨를 새로 지피고 있다. 그린닥터스는 올해 추석 때까지 5천명에게 장기기증 서약을 받기로 하고, 온종합병원 직원·한국건강대학 졸업생·무료급식단체인 밥퍼천사들 회원들을 상대로 적극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운동을 주도했던 부산이지만 장기기증자 수는 다른 도시에 비해 크게 앞서는 편은 아니다. 한국장기기증원이 대한이식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2015년 지역별 장기기증 통계에서 인구 100만 명당 장기기증 비율은 대전이 18.2건을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울산 18건, 서울 13.9건, 제주 13.7건이었다. 부산은 13건으로 5위에 해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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