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질병관리본부장 이종구 교수(현.서울대학교병원)

작금에 안타까운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서아프리카 발 에볼라가 점점 심해지면서 이웃 국경을 같이 한 나라를 벗어나 환자를 치료하던 미국 병원의 의료인이 감염된 사례가 확인되고, 비행기와 공공서비스 기관에서 접촉한 사람들이 2차 감염을 우려해 ‘피어볼라’란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감염병의 재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분당의 모 회사의 환기구 창틀이 사람들과 함께 지하로 추락한 것이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중 십 수 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환자들도 중태라는 소식이 그것이다.

 

에볼라는 자연 재해이지만, 감염병 공포로 사회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군대가 나설 정도로 돼 버렸다. 이대로 가면 세계적으로 경제 피해만도 7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 문제가 된 에볼라 재난을 민간 영역이 아닌, 평소 죽음의 공포와 싸우면서 반복 훈련을 계속해 온 군인과 군대, 군대 병원이 담당하는 게 충분히 이해된다. 치료하다 되레 감염되어 죽을 수 있기에 어느 나라도, 어느 누구도 쉬 나서서 돕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재난극복에 대한 근본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재난들은 이어지고 있다. 혹시 화산폭발, 쓰나미, 태풍 등 이웃 중국과 일본에서 들려오는 인명 피해를 남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있지 않은가 묻고 싶다. 이제부터라도 그들의 대응에 귀 기울이고, 배울 점을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 통 염려스러운 점이 한 둘이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흔한 재난은 태풍이다. 매년 1, 2개 지나가는 태풍이 뭐 대수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태풍과 폭우로 인한 피해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부실한 시설 관리 문제 등과 맞물리면서 인재(人災)피해는 증폭되기 십상이다.

 

인위적 재난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갑자기 오는 것일까? 올해 초 발생한 경주의 마우나 리조트 사건도 폭설로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천장의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백년에 한 번 올까 하는 폭설에 대비한 구조가 아니기에 생길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자연 재해만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부실한 건축 구조물에 사용허가를 내준 것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시작은 자연일 수 있으나 관련 대처가 부실하여 인위적 재난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일본의 쓰나미 발생 후 생긴 원전사고는 자연적 재해와 인위적 재난이 겹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사회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쾀의 비행기 추락, 대구지하철 화재, 서해 페리호 침몰 등등 숱한 재난들이 하늘, 땅위, 지하, 바다를 가리지 않고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잊지 말고’ 교훈을 찾자고 외쳐댔지만 아직도 근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수 십 년간 내재된 건축과 시설, 그 제도 관련 사회 부조리가 정리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지속되는 북과의 전쟁 상존위험이, 그깟 목숨 걸리지 않은 작은 재난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온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가장 위험한 인위적 재난이 전쟁인데, 이에 대비하느라 다른 것은 하찮은 것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난처리 과정에서 대량 환자의 구조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위적 혹은 자연적 재난의 발생할 때면 매번 지적되는 현장 구조, 환자 이송, 병원 치료 그리고 컨트롤 타워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매번 법령과 현장이 따로 놀고, 재난의 현장을 어느 누구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이 언론은 현장을 중계하면서 현장을 파악하지 못한 정부를 질타한다.

 

이로 인하여 당국은 무능한 것으로 오해되고 현장은 더욱 어려움에 빠진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반복된 훈련뿐이다. 매월 민방위의 날, 안전의 날을 정한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전과 같은 반복 훈련만이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실전같이 파악하고 하나하나 문제점을 정리하면서 컨트롤 타워의 지휘를 점검해 나가는 방법이 그 지름길일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재난 훈련을 해보고 개선을 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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