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결장증 필리핀 14세 소년 허난 수술지원으로 한국과 필리핀 우호관계증진에 기여

 2월 6일 오전 9시 온종합병원에서 선천성 거대결장증으로 고통받고 있던 필리핀 소년 허난의 수술을 진했다. 선천성 거대결장증으로 내장을 품안에 끌어안은 채 살아온 열네 살 필리핀 소년 허난은 지난해 8월 그린닥터스에 처음 소개됐다. 현지 선교사로부터 허난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들은 경성대교회 송필오 목사가 정근 이사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이다. 정근 이사장이 허난의 수술을 약속한지 반년 만인 지난달 25일 드디어 허난이 우리나라에 도착했다. 설 연휴동안 따뜻한 제주에서 기후적응을 하고는 2월 2일 온종합병원에 입원, 2월 6일 수술을 시행한 것이다.

  2003년 6월 19일생인 허난(Hernan Ganibo)은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성 거대결장증(Hirschsprung's disease)을 앓아왔다. 이 병은 장에 신경이 제대로 분포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변을 보지 못하게 된다. 신경이 제대로 분포돼 있는 장부위에 대변이 고여 장이 늘어나게 된다. 신생아 땐 일주일에 한번 정도 대변을 보기도 한다.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바람에 배가 불러지고 종종 토한다. 필리핀에서 보내온 허난의 진료기록을 보면 그는 현지에서 오래 전 거대결장증으로 인한 배변장애로 인공항문 수술을 받았었다. 선천성 질환 탓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허난은 겨우 일곱, 여덟 살짜리 아이처럼 왜소했다. 몸무게도 고작 십칠팔 킬로그램. 게다가 아이의 대장과 인공항문이 몸 밖으로 흘러나와 있다. 보기에도 거추장스럽지만 건강상 위험하기 짝이 없어 하루빨리 수술이 필요하다고 의료진은 판단하였다.

  몇 년 전 허난을 진찰한 마닐라출신 의사가 조심스레 그의 수술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체중 미달로 실행하지 못했다. 최소한 25 킬로그램은 넘어야 하는데 허난의 체중은 도무지 늘지 않았다. 심지어 마닐라의 선교센터로 데려와 영양관리를 통해 체중 불리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헛수고였다. 결국 대한민국의 수준 높은 의술만이 허난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온종합병원은 설 연휴가 끝나기가 무섭게 ‘허난 맞이’에 분주했다. 소화기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필리핀에서 보내온 허난의 진료기록을 검토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전송된 아이의 사진으로 건강상태를 가늠해야 했다. 전송된 사진 속 허난의 키는 116 센티미터, 체중은 19 킬로그램이었다.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는 의사들의 얘기가 때로는 희망적이고, 때로는 험난함을 예고했다. 

수술을 집도하는 최경현 진료원장은 “신경절이 없는 직장을 잘라내고 대장과 항문을 연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다행히 항문기능이 살아있다면 허난은 더 이상 내장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2월 6일 오전 9시 시작한 수술은 11시 30분 정도가 되어서 끝이 났다. 2시간 30분에 걸쳐 시행된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허난의 배에 나와 있던 대장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사라졌다. 앞으로 조직검사와 대변배출 등을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 수술은 매우 잘된 편이라고 전했다. 허난의 사정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그의 새 삶을 기원하고 있어 밝은 희망이 느껴진다. 2015년 히말라야 천사 디펜드라처럼, 정유년 새해 허난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한국과 필리핀 우호증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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