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박주언 의무사무관

감염병은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 해 왔다.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부터 흑사병이 전 유럽을 휩쓸던 시절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감염병은 인류와 운명을 함께 해왔다. 한때 장질부사라 불리던 장티푸스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기도 했고, 머릿니 방역을 위해 DDT를 몸에 뿌리고, 기생충 박멸을 위해 학교에 대변을 제출하고 약을 받아먹던 시절이 얼마 되지 않았다.

예로부터 임금은 백성들이 질병으로 고통 받지 않고 잘 살도록 해야 했다. 농경사회에서 질병은 곧 노동력의 상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괴질이 한 번 돌면 국가적 피해에까지 이르렀다.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백성들이 건강해야 했다. 이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요컨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감염병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감염병은 한 개인의 질병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법률로 감염병의 관리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그 근간이 되는 법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그 외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및 「결핵예방법」과 같이 개개의 감염병에 대해 규정한 법률도 있다. 이처럼 국가는 예방과 전파 방지를 통해 감염병을 관리한다.

예방은 「공중위생관리법」등을 통해 감염병이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첫째다. 그리고 일부 감염병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을 통해 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생하는 모든 신생아들은 필수예방접종의 대상이 되며, 접종비용을 국가에서 전액 부담한다. 지금 한창 시행 중인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도 감염병 예방정책에 속한다.

전파방지는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질병이 전파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감염력이 높은 감염병은 격리하기도 한다. ‘격리치료’에는 환자를 치료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환자를 격리시켜 감염병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과거 콜레라가 유행할 때 격리시설이 없어 의심환자를 콜레라 환자와 같은 방에 두었고, 그 결과 의심환자까지 모두 콜레라 환자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있다. 지금은 격리병상이 많아졌고, 의료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격리치료비용도 나라에서 일부부담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전액부담도 한다. 현재 에볼라가 한 바탕 휩쓸고 있는 서아프리카지역의 경우 제대로 된 격리치료시설이 없어 희생자가 더 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핵처럼 오랜 기간 함께 해 온 감염병도 있으며, 에이즈, 에볼라와 같이 새로 나타난 얼마 되지 않은 감염병도 있다. 감염병은 인류와 함께 해 왔으며,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기에 감염병을 예방·관리하려는 인류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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