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일하다보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많이 대한다. 자주 얘기하면서 그들 속에서 내 미래를 더듬어보기도 한다. 닮지 말아야 하겠다는 것들이 적지 않다. 적어도 ‘고집불통 영감탱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이다.

​  오랜만에 종찬이 형이 보낸 이메일을 열어봤다. ‘늙은이들의 공부거리’라는 제목으로 미뤄봐 칠십 넘은 형의 자기성찰인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고와 판단 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유리한 것만 믿으려는 확증편향적인 늙은이를 경계하란다. 이런 사람은 대개 병적이어서 친구들도 가까이 하길 꺼리므로 대개 외톨이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가진 돈이 많으면서 ‘거지 행사하는’ 늙은이도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친구들한테 얻어먹기만 하고 막상 한 턱 내는데 인색한 늙은이들은 고약하다는 거다. 형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족 노인이 되라고 충고한다. 시쳇말로 ‘쓰고 죽자’는 거지. 애들한테 물려준답시고 아끼고 살아봤자 제 삶과 행복만 갉아먹는다는 논리다.

​  편지를 마무리하면서 형은 존경받는 늙은이의 전범을 제시했다. ‘건강하게 오래 산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회에 기부를 많이 한 사람, 친구가 많은 사람이라는 놀라운 통계가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나를 더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만들고, 나는 사회를 위해 친구를 위해 무언가 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그러니 당연히 존경받으며 건강하게 지낼 수밖에 더 있겠느냐는 역설 아닌가.

​  형의 편지를 읽는데 느닷없이 한국건강대학을 설립한 정근 온종합병원장의 말이 떠오른다(한국건강대학은 어르신들을 위해 건강증진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는 평생교육기관이다). 그가 ‘건강백세 십계명’이라며 어르신들께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과 종찬이 형이 제시한 ‘존경받고 장수하는 늙은이의 정의’가 어찌도 일치하는지…. ‘사회에 많이 기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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