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청진기 하나로 병을 진단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현대 의학은 영상진단 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진단 검사 장비를 이용한 정확한 진단에서부터 출발한다. 무슨 병이건 정확한 진단 없이 치료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이후 현대 물리학과 공학의 발전에 따라 영상의학과의 역할도 나날이 발전되어 왔다. 초음파 검사장비는 1950년대, CT(컴퓨터단층촬영)는 1970년대 말에, MRI(자기공명영상촬영)는 1980년대에 개발되고 실용화되었으며 현재는 이들 영상의학 장비들의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영상진단 장비의 전성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좋은 영상진단 장비들이 개발되어 발전해 왔는데도 아직 X-선이 영상의학검사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는가? 가격이 싸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것은 각각의 영상 검사들이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미경을 볼 때 렌즈를 저배율부터 보기 시작해서 점차 고배율로 옮겨가는 것처럼 X-선은 저배율 렌즈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부터 CT나 MRI 같은 고배율렌즈부터 본다면 마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초음파 검사는 어떤가? 초음파 검사는 방사선 장해 걱정없이 간편하게 실시간으로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뼈나 공기로 가리는 부위(뇌, 폐, 위, 소장, 대장)는 볼 수 없는 단점이 있어 다른 검사로 대체하여야 한다. 고가의 검사인 CT나 MRI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CT는 검사시간이 빨라서 움직임이 있는 장기가 있는 흉부나 복부 촬영에 유리하다. 특히 CT는 골절이나 출혈 등의 진단에 가장 효과적인 반면에 방사선이 발생한다는 점과 뇌나 척추, 관절 등 정지된 장기의 경우에는 MRI보다 영상의 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MRI의 경우는 CT와 정반대의 장단점이 존재한다.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왜 이 검사를 했는데 저 검사를 또 하라고 하느냐?’ ‘비싼 검사를 했는데 왜 또 다른 검사를 하라 하느냐?’ 등의 질문에 자주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배가 아프다고 해서 CT 검사를 했는데 정상이라 하더라도 CT에서 보이지 않는 담석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추가로 초음파 검사를 권하게 되지만 환자들은 되레 돈 벌려고 필요 없는 검사시키는 것 아닌가 하고 의사들을 의심한다. 이는 영상진단 장비 각각의 장단점이 혼재하는 것을 모르는 환자들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른 영상진단 장비에 비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 4월 1일부터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시작으로 초음파 검사를 순차적으로 건강보험 급여화한다고 하는데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초음파 검사가 비보험이라서 환자 부담이 컸었는데 보험 급여화가 진행되면 환자들의 비용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의사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필요한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소신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초음파 검사의 의료보험 급여화로 인해 방사선 장해 걱정없고 간편한 검사인 초음파 검사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변용선 온종합병원 영상의학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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