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완 온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News1(부산ㆍ경남=뉴스1) 박세진 기자 = 초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6월이었다. 40대 중반의 건장한 남자가 대장검사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분이었으나 대장내시경 검사는 해본 적이 없었다.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내원하였다는 거다. 평소 복부 불편감이나 혈변, 배변양상의 변화 등의 증상은 없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검사에 대한 두려움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변 잠혈 검사를 먼저 해본 뒤 결과를 보고 나서 추가 검사를 하겠다고 하였다.

당시 대변 잠혈 검사 결과로는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검사 결과를 듣고도 왠지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돌아갔던 그가 한참 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겠다고 다시 왔다.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횡행결장에서 조기 대장암이 의심되는 소견이 보였으며, 조직검사 결과 대장암이 확진되었다. 검사 결과를 확인 후 급히 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초 예약한 날짜 보다 1주일 뒤에 병원에 나타나서는 검사 결과를 듣고 망연자실하였다. 대변 잠혈 검사에서는 음성이었는데 어떻게 대장암이 나왔냐고 원망 겸 가벼운 항의를 했다. 

다행히 그는 수술로 충분히 치료 가능한 상태였고, 지금은 수술 후 항암화학 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로 암세포는 완전히 제거됐고, 현재 재발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장암의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식사와 생활방식의 서구화 영향 탓이다. 대장암은 육류나 지방섭취의 증가, 비만 인구의 증가 등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선종성 용종에서 발생하며, 조기 대장암이나 선종성 용종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혈변, 체중감소, 복부 덩어리 등이 만져질 때는 대장암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맞다. 

국가 무료검진 때 시행하는 대변 잠혈 검사는 간편하지만 대장암 환자인데도 정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전에 많이 시행하였던 대장 조영검사 같은 경우도 작은 용종이나 암 종은 발견하기 어려워 암이 의심되면 또 다시 대장내시경을 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을 깨끗하게 비워야 하므로 이를 위해 복용해야 하는 장정결제 때문에 사람들이 종종 회피한다. 다음에 하겠다고 미룬다. 또 수면 내시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이다. 용종을 발견하는 즉시 제거할 수 있고, 암이 의심되는 병소는 즉각적으로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 있으니까. 예전보다는 소량인 장정결제의 개발과 대장내시경 기술의 발달로 실제로 처음 받는 내시경 검사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 않고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진료실에 방문하는 분들 중에는 몸에 좋다는 보약은 꼭 챙겨 드시면서, 대장 내시경 검사가 두려워서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 마다 필자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서 암이 없는 것을 확인하거나 용종이 있으면 제거하는 게 더 큰 보약이라고 설명한다.

<서주완 온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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