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곰방대, 화로, 콩나물시루, 오래된 브라운관 텔레비전, 재봉틀 등 추억의 물건들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고 그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화를 나누는 모습이 온요양병원 병동 복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온요양병원은 지난 31일 오후 입원해 있는 노인 환자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자 직원들과 지인들을 대상으로 추억의 물건들을 수집해 ‘추억의 박물관’ 개관식을 가졌다.

외래 진료실과 재활치료센터가 있는 온요양병원 7층에 들어서면 가슴 아련한 물건들이 어르신들의 눈길을 붙들고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갈퀴, 키, 소쿠리, 곰방대. 가난했던 지난 시절을 함께 보낸 생활필수품들이다. ‘까꾸리’라 불렀던 갈퀴는 수확의 현장에서 한 톨의 낱알이라도 놓칠세라 끝없이 논바닥을 긁어댔다. 

대나무로 만든 갈퀴는 아버지, 어머니의 손바닥 지문을 없애면서 제 스스로 굽어진 끝이 뭉툭해지도록 닳고 또 닳았다. 갈퀴로 긁어모은 이삭들은 키질을 하면서 쭉정이를 걸러내고 미끈한 알곡으로 탈바꿈시켰다. 엄마의 키질은 요술을 부렸다.  

허공을 가를 때마다 쭉정이만 바람 따라 날아가고 묵직한 알곡만 고스란히 남았다. 허기 져서 허리가 휘청거릴 즈음 널찍한 대나무 소쿠리에 내어온 새참은 꿀맛이었다. 

해거름 햇살 안고 마루에 앉은 할아버지는 곰방대를 물고 차곡차곡 마당을 채운 곡식 가마니에 연신 헛기침이다. 담배 꾹꾹 눌러 담은 곰방대에선 가마솥 저녁 굴뚝처럼 풍성하게 피어올랐다.

 

정근 온종합병원그룹 원장은 “요양병원에 놓인 추억의 물건들이 어르신 환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영일 관장은 “힘든 이웃들에게 옛향수의 기억과 함께 위로를 선사할 추억의 박물관개소를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뜻 있으신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며 소장품의 기증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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