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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푸른 장미

-l승인2019.03.22l수정2019.03.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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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인 김 선생님은 백내장이 진행하면서 붓끝이 잘 보이지 않아 세필의 묘사가 어려워지자 수술을 결심하였다. 수술은 기대했던 대로 되었고, 1.0까지 시력이 회복되어 집도의로서 만족하고 있던 1주일째에 김 선생님은 특별한 컴플레인을 하였다.
수술하기 전에 중단한 작업을 이어서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수술하기 전과 보던 색감이 달라져서 기존의 작업을 이어서 하기에는 느낌이 너무 생경하여 진행할 수 없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수술 후에 보이는 색감이 대체로 푸르다고 하였다. 나는 기존의 백내장이 색감을 왜곡시킨 것으로 수술 후에 인지한 색감이 실제와 가까우며, 앞으로 다소 적응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었다. 나로서는 그렇게 답하는 쪽이 정답에 가까운 것 같았지만, 화가에게 자기 눈으로 본 이전의 색을 모두 부정하는 말이 되어서 김 선생님께 불쾌한 언급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수술은 잘 되었다는 의사의 설명을 김 선생님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수술한 것이 너무나 원통합니다. 외람되오나,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죄악입니다. 오직 푸른색만이 보이고, 다른색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끔찍하게 실망스럽습니다. 82세에 더는 빛도 분간하지 못하도록 진행한 백내장으로 인해 더는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클로드 모네(Cloude Monet)가 백내장 수술을 마치고 몇 달간의 안정기간을 거친 후에, 집도의였던 쿠텔라 박사(Dr. Charles Coutela)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안과의사가 본인이 수술한 환자에게 이러한 편지를 받는 심정은 과연 어떠할까?
인상주의 화풍의 거장인 프랑스의 화가 모네의 대표작인 수련의 연작들은 그가 백내장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보여준다. 빛과 색에 천재적인 감각이 있었던 화
가이기에 백내장이 진행하면서 생긴 왜곡마저도 정확하게 표현하였다.
같은 곳의 다리풍경을 그린 53세의 그림과 비교해 백내장 수술 직전인 82세의 그림에서는 형태가 일그러지고, 푸른 빛이 인지되지 못하는 상황이 엿보인다.
백내장은 카메라에서 렌즈에 해당하는 우리 눈의 수정체가 흐려져 빛의 투과를 방해하는 질환이다. 단파장의 푸른색 계열의 투과가 더욱 방해를 받아 후기에 이
르러서는 모네의 후기 작품처럼 누렇고 붉게 보이게 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이 최선이다.
말년에도 여전했던 모네의 창작 의지는 당시로는 너무나 도전적인 백내장 수술에 이르게 하였다. 1923년의 백내장 수술은 백내장 조직을 통째로 제거하기 위해 각막에 12mm의 절개창을 만들어야 했으며, 수술 창이 안정적으로 회복되어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열흘동안 바로 누워있어야 했다. 82세 고령인 모네에겐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으나,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며 모네는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수정체가 제거된 모네의 눈은 심한 원시가 되었고, 단파장의 강한 푸른빛에 여과 없이 노출되어 색을 분간할 수 없었다. 그저 보이지 않는 눈에 시력이 다시 생겼다는 것 말고는 화가로서 기대한 부분은 개선할 수 없었다.
다시 색을 보고 싶은 거장의 도전은 실패한 것 같았다. 그러나 모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수정체가 없는 모네의 눈에 안경이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 무수정체 눈의 심한 원시에 상응하는 두꺼운 돋보기에 푸른빛을 여과할 황록색의 색조를 넣어 보정하도록 시도하였다.
그러한 개념은 현대의 인공수정체의 광학적 보정 원리와도 흡사하다. 이전의 눈과는 비교할 수는 없어도 수술 후의 불편을 상당히 해결할 수 있었다. 나중 일이지
만, 초기 백내장 수술에서 무수정체로 인한 불편은 인공수정체가 도입되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안경을 처방받은 모네는 다시 그림에 도전할 수 있었다. 불만이었던 온통 푸르게 보이는 현상도 그대로 표현하였다. 백내장 수술 직전의 그림과 비교해 수술 후
의 장미정원의 풍경에는 푸른색이 많이 사용되어 그 도전의 과정이 보이는 것 같아서 경이롭다. 장미인 줄 알면서도 푸른색을 쓰는 편견 없는 시선은 타협하지
않는 거장의 예술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여러 혁신적인 발전을 통해 현대의 백내장 수술은 진보하였다. 모네에게 필요했던 12mm의 절개창은 2mm로 줄었다. 작은 절개창으로 백내장을 제거하기 위해
초음파가 사용되고 있으며 두꺼운 원시 안경 대신 인공수정체가 적용된다. 인공수정체는 기존 수정체의 기능을 거의 재현할 수 있고, 최근에는 인간 본래의 수정
체는 구현하지 못하는 다초점으로 기능하게 하여 노안을 교정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의료에서 혁신의 역사는 여러 의사와 연구자의 고통스러운 수고로 이루어졌음은 분명하다. 또한, 환자들의 끝없는 도전과 피드백이 작용한 것도 틀림없다. 그 환
자와 의사의 정반합 도전이 지금의 의료를 만들어 내었고, 앞으로도 진전할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였던가? 모네의 푸른 장미가 후세의 안과의사
에게 감동을 주는 것처럼, 김 선생님의 영원한 예술에도 지금의 백내장 수술이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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