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멀쩡히 생활하다가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 경험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겪어 봤을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에서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무려 1140만명이나 된다. 요통은 80%의 사람들이 인생에 한번 이상 고생할 정도로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척추 치료 행태가 수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국내 척추 수술 인구가 일본에 비해 7배가 많다.

척추는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저리며, 증상이 재발하는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평균적으로 척추 수술 환자의 15% 정도에서 나타난다.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 발생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수술 전 진단의 오류, 수술이 통증의 원인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경우, 수술에 의학 유착 및 수술 반흔으로 인한 새로운 신경 자극증상, 수술 시 척추에 삽입된 기구에 의해 발생하는 통증, 수술로 척추를 고정한 경우 그 고정된 관절 위, 아래 척추 관절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병변 등이다. 이 외에 정신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척추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래에 오시는 환자 중에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더니 수술하라고 하는데 수술하기 무서워서 왔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실제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듣고, X ray. MRI 등을 검토해보면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병원에서 약물치료, 주사치료를 받던 중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서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진작에 수술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수술을 해야 할지, 수술 외 치료를 계속하는 게 좋을지 결정을 해야 할 때는 대부분 환자의 증상을 기준으로 한다.

아직도 많은 환자가 MRI 촬영 후 상태가 매우 나쁘기 때문에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온다. 특히 허리의 경우는 검사 소견이 아무리 나빠도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간혹 위험한 증상이 있는데도 환자 본인이 잘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 않다. 위험한 증상이 나타나려면 그 전에 통증이 심해서 본인의 증상이 심각하다는 걸 환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통증이 심한데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 수술 이외의 방법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검사 소견을 참고해서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데 수술하라는 말만 듣고 수술했다가 심하지 않던 통증이 심해지고, 없던 방사통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를 만나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때로는 검사 소견을 기준으로 수술을 결정해야 할 때도 있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측만증의 경우 50도 이상의 각도로 척추가 휜 경우는 외모로 보이는 변형 외에는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수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측만증은 키 성장이 멎으면 측만증도 더는 나빠지지 않고 멈추는데 이미 50도 이상으로 진행한 측만증은 성장이 멎어도 점점 나빠지기 때문에 나중에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더 이상의 진행을 막기 위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인 것이다.

척수증이란 척수가 눌려서 나타나는 질병인데 일단 증상이 나타나고 조금씩 나빠지는 증상이 있다면 조기에 수술해야 척수증으로 인한 마비를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척수가 눌려있는 정도를 보여주는 검사 소견이 척수증의 치료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척추 질병에서는 검사 소견보다 환자의 증상으로 치료를 결정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데 검사 소견이 나쁘다고 해서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증상이 심한데 수술이 무섭다고 계속 수술을 미루고 수술 외의 치료만 받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때로는 증상보다 검사 소견이 수술을 결정하는데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질병도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온종합병원 정형외과 정성수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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