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은 “기다리기 겁나서…”

- 의료계 “일부 종이상자로 배송
- 정부 표본검사 신뢰 어렵다”


국가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일부 백신의 상온 노출로 잠정 중단(국제신문 지난 23일 자 2면 보도)되자, 무료 독감 백신 기피 현상이 발생한다. 무료 접종 대상자인 청소년은 물론 어르신까지 병원에서 유료 독감 백신을 맞는 실정이다.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위대한탄생병원에서 유료 독감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2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올해 국가 독감 예방접종 무료 대상자(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 임신부, 만 62세 이상)가 돈을 내고 독감 백신을 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독감 백신이 배달 과정의 문제로 신뢰도가 떨어져 돈을 내고서라도 맞으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백신은 만 13~18세 대상 무료 접종 물량이지만, 전체 무료 백신에 관한 불안감이 커진 탓에 해당 물량과 관계없는 소아는 물론 어르신도 유료 백신을 찾아 나섰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50대 A 씨는 올해 10살 된 자녀의 독감 백신을 무료 대신 유료로 맞힐 계획이다. 아이의 친구들은 이미 돈을 내고 독감 백신을 접종했다. A 씨는 “혹시나 상온에 노출된 백신을 아이가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찝찝하다. 돈이 들어도 안전이 먼저지 않느냐”고 말했다.

중3 자녀를 둔 B(해운대구) 씨도 “배달 문제가 빚어진 백신이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나더라도 접종하기가 꺼려져, 온 가족이 유료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로 했다”고 말했다.
 

24일 부산진구 온종합병원에서 유료로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한 어르신.

독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병원에는 벌써 문의 전화가 이어진다. 연제구 한 동네 병원에서는 지난 23, 24일 여러 명의 70대 어르신이 돈을 내고 독감 백신을 맞았다. 이 병원장은 “‘처음에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맞을 수 있는데 왜 유료 백신을 맞느냐’고 물으니, ‘혹시나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맞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더라”면서 “이런 경우가 늘어날 것 같아 향후 독감 백신 확보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한 종합병원에서도 매일 30~40명의 환자가 독감 백신을 맞는다. 이날 3만5000원(수입 4가 백신)을 내고 예방접종을 한 70대 어르신 환자는 “무엇보다 10월로 예정된 무료접종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겁나서 왔다. 올해는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에 대유행한다는데, 돈은 좀 들더라도 이렇게 미리 맞고 나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일부 독감 백신이 종이상자에 배송된 상황에서 정부의 검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모든 백신을 다 검사하는 것도 아니다. 표본검사를 하게 되면 어떤 판단 기준으로 얼마나 정확히 검사가 될지 알 수 없다”면서 “정부가 사용해도 좋다는 결과를 내놓고 큰 부작용이 없다고 해도 백신의 효과까지 제대로 보장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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