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밥 오랜만에 조밥을 먹었다. 좁쌀과 조에다가 팥을 섞은 밥. 쌀밥이나 잡곡밥보다 조리시간이 더 긴 탓에 채 뜸 들기도 전에 밀양 한재에서 생산한 미나리샤브샤브와 햄으로 배를 채워버렸다. 후식 삼아 간장종지에 한 숟가락 담아서 먹었더니, 옛 추억이 고봉밥처럼 부풀어져 떠올랐다. 정월대보름날 어머니는 찰밥이나 조밥을 했다. 밥상에서 쌀 구경이 여의치 않을 정도로 가난한 살림이어서, 절기나 가족 생일 같은 기념일에 어머니는 찹쌀 대신에 흰쌀에 조를 섞은 조밥을 특별히 차려냈다. 노란 색을 띠는 조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절로 침
코로나 해방 D-1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하루 앞둔 휴일 모처럼 가족 나들이에 나섰다. 꽃 축제가 열리는 인근 양산의 황산문화체육공원에는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원 주차장은 빈 데를 찾기 힘들었고, 인근 도로변까지 불법 주차차량들이 독차지했다. 단 둘만의 젊은 연인들에서부터, 양손에 엄마와 할머니 손을 맞잡은 어린 아이와 함께 나선 3대 가족 나들이까지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봄꽃보다 아름다웠다. 노란 유채꽃밭에 끼어든 보랏빛 소리풀이 벚꽃의 화려한 무대를 갈음하고도 남았다. 느릿한 꽃구경 틈틈이 길섶에서 쪼그리고 앉아
벚 꽃 시인_배동순 마치 불붙은 것처럼활활 타오르는 꽃향기 보세요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지금 다 태우고 말 작정으로뜨겁게 피는 겁니다밤이 되어도 벚꽃 잔치로 덮인 세상하얀 하늘을 받치고 있습니다아쉬운 건 얼마나 급하게 피었던지바람 소리 놀라 후드득 떨어집니다꿈인 듯 보이려고단말마 부르짖으며미련 없이 꽃망울 터뜨리고일 년 뒤에 보자고 합니다약속한다는 건기다린다는 겁니다
과학 기술의 진흥을 위하여 제정된 기념일의 하나. 1967년 4월21일 과학기술처의 발족일을 기념하여 1968년 4월21일을 '과학의 날'로 정하였고, 1973년 3월30일 제정, 공포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확정되었다.과학의 날에는 사회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과학의 대중화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매년 4월21일 거행되는 과학의 날 기념식에는 과학기술진흥에 힘써온 과학 기술계 유공자들을 표창 또는 수상하며, '과학의 날'을 전후한 시기 과학의 진흥과 대중화를 위한 여러 행사들을 전개한다.과
세월이 머금은 꽃 시인_정정옥마음은 언제나 꽃이 피고세월 먹은 인생은단풍 곱게 물들듯이 익어간다아름다운 꽃을 피우는나를 찾음을 행복해하고그런 인생은 사랑스럽다우리는 스스로가물거리는 등잔불 같은내 안을 들어다보고친구여 늙어 가지 않은우아한 칠보단장으로곱게곱게 익어가세황홀한 눈 빛 서로 마주하며부끄럽지 않을 꽃우담바라 꽃으로
금낭화의 한자말 꽃이름을 풀어서 쓰면 비단주머니 꽃입니다. 꽃모습이 비단주머니처럼 생겼지 않습니까? 빨랫줄에 주렁주렁 매달린 비단주머니 말입니다.저 많은 주머니 속에 돈이 가득 가득 채워져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나의 외할머니는 예쁘고 작은 주머니를 즐겨 만들었는데, 만든 주머니를 손자 손녀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주머니 속에는 간혹 용돈이 꼬깃꼬깃 들어 있을 때도 있었어요. 아, 오늘은 까마득한 외할머니 생각을 떠올리고 싶습니다.금낭화는 이 산의 진정한 주인이고 여왕입니다. 오늘 여왕폐하의 나들이가 시작됐습니다. 여왕의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아남을 찬양하는 날이다. 대부분의 서방교회에서는 춘분 당일 혹은 춘분 직후의 만월 다음 첫번째 일요일로 정해 놓아 3월22일부터 4월25일 사이의 기간 중 어느 한 날에 행사가 있게 되나, 동방교회에서는 다른 기준을 사용하므로 조금 뒤에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영어로는 이스터(Easter) 혹은 리서렉션 데이(resurrection day)라고 하여 독일어인 오스테른(Ostern)과 같이 '봄의 계절'과 연관되어 있고,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로맨스어 계통은 그리스어의 파스카(Pascha)를 통해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온누리에 찿아올 무렵 해밀톤에 있는 죠지 죤슨 젊음 총각 선생님이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그런데 거기에서 제자 마가렛 클라크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둘은 서로 사랑하여 나야가라폭포가 온타리오 호수로 흘러가는 경사진 양지바른 금잔디에 나란히 앉아 청옥 보다 더 푸른 호수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였습니다.그리고 그녀가 졸업을 하자 결혼하였습니다. 그러나 신부 마가렛은 폐결핵을 앓게 되었고 결혼생활 일 년도 안돼서 사내아이 하나를 낳고 세상을 떠났습니다.그토록 사랑
5분 빠른 벽시계 한창 출근채비를 서두르다가 주방의 벽시계를 힐끔 쳐다본다. 7시 5분전이다. 늘 집에서 나서는 시각이 오전 7시이니, 아직 10분 남았다. 약간의 여유를 갖고 휴대품들을 다시 살피고서는 ‘출근 전선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아차, 뭔가 휑한 느낌이었다. 이 시대의 ‘외출허가증’이랄 수 있는 마스크 착용을 깜박했다. 그래도 빠른 벽시계 덕분에 마음이 급하진 않다. 사무실 벽시계가 오래전부터 멈춰져 있다. 배터리가 방전돼서다. 아직까지 새것으로 교체하고 있지 않다.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재깍거리
4월과 5월 봄비가 산복도로 변에 매달린 연등을 촉촉이 적신다. 5월 8일(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주변 사찰 등에서 달아놓았다. 가랑비 맞은 연등은 방금 벚꽃 진 자리에 푸른 생명의 ‘자비’를 돋아나게 하는 듯하다. 조계종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되새기고 함께 나눔을 실천하자는 서원을 담아 ‘나누면 따뜻해요’를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의 도량등 표어로 정했단다. 중생들에게 즐거움과 복을 주고, 고통과 괴로움을 없게 하는, 자비(慈悲)가 묻어난다. 아파트 근처 교회 현수막에도 4월 17일 부활절 예배를 알리며
봄이 강처럼 시인_배 동 순열린 들창문 너머 바람 든다겨우내 들판에 남아있던 잔설마저따사로운 그리움을 태우고구불구불 샛강으로 흐른다끈끈한 핏줄기 지독하게 따라오는인연으로 꽃망울 되어 버린 목련돌고 돌아 다시 꽃처럼 보이는서럽도록 아름답게 강물을 탄다더욱 화려한 만개를 위해꽃망울 감싸 보듬고서기다리는 꽃바람 돛을 달고봄이 강 되어 내게로 온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해 제정된 국가기념일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4월16일이 '국민안전의 날'로 제정됐다. 관련법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정하여 필요한 행사 등을 하게 된다. 또 국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안전점검의 날과 방재의 날을 정하여 필요한 행사 등을 할 수 있다.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로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의 넋
블루데이지 퇴근길 문구점 앞을 지나치다가 쭉 늘어서 있는 화분 앞에서 발걸음을 세웠다. 아내에게 줄 결혼기념일 선물이 떠올라서다. 예년처럼 올해도 하루 전에야 결혼기념일을 알아차렸다. 우연히 북한 김일성 주석의 탄생 110주년 관련 기사를 읽다가 내 결혼기념일이 연상됐다. 같은 날이었으니까. 문구점에서 곁가지로, 집에 들여놓을 만한 작은 꽃 화분들까지 팔고 있었다. 제법 종류가 많은데다, 아내의 취향을 가늠할 수 없어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다. 행운목에서부터 선인장 같은 다육종에 이르기까지 죽 훑어보다가 한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옅게
배달음식 모처럼 가족외식을 하려다 포기했다. 퇴근길 아파트 앞 식당들은 문전성시였다. 코로나 방역완화 조치가 이들을 불러들인 모양이다. 비록 가족 모두 확진 덕분에(?) 슈퍼항체를 갖고 있긴 해도,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기엔 코로나 염려를 가벼이 여길 순 없는 상황 아닌가. 결국 식당 순례만 하다가 집에서 배달시켰다. 금방 집에 배달된 생선초밥은 냉장고 속에서 오래 묵힌 듯해 보였다. 초밥 하나를 집어 조심스레 입에 넣고 씹었다. 약간 퍽퍽한 느낌이다. 일식당에서 먹었을 때처럼 입에 찰싹 달라붙듯 풍미를 느
배우 양동근 우연히 배우 양동근씨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병원으로 병문안 온 그가 지인의 안내를 받아 정근원장 방에 들렀던 거다. 내 눈 앞에 연예인이라니, 달려가 보니 그냥 소탈한 40대 중년이다. 겸손하게 인사하는 그에게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봐왔던 거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외려 최근 출연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보여준, 아이 셋을 키우는 ‘다둥이’ 아빠로서의 인자함이 배여 있었다. 유명 래퍼이기도 한 그는 특유의 느릿하고 어눌한 말투 때문에 재미교포나 미국 유학생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편. 사실과 거리가
봄단장 퇴근길 어둠이 자욱하게 내린 온천천 개울에 멍하니 서있는 왜가리가 후줄근하다. 그 모습이 기름통이나 진흙탕에서 막 빠져나온 듯 추레하기조차 하다. 중간 중간 듬성듬성해 보이는 털이 엉망이다. 어디 아픈 것일까 하고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리저리 사주경계에 빈 틈 없는 것으로 미뤄봐서 아프진 않은 듯. 여름철새인 녀석이 텃새처럼 우리와 함께 겨울을 보내고 있는지도 꽤 오래됐다. 두툼한 털을 벗어버리고 얇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봄단장을 하나 보다. 출근길 인도위에는 벚꽃잎들이 보기 흉하게 널브러져 있다. 바람에 쓸려서 마치 비질이
어머니의 쌈짓돈 어린 시절 가난했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학교 월사금을 제때 내지 못해 선생님께 채근당한 기억도 없다. 꼬박꼬박 용돈을 받진 못해도 책이나 공책 같은 걸 사달라고 손 벌릴 때면 어머니는 살짝 눈 한번 흘기시고는 꼬깃꼬깃한 지폐를 쥐어주셨다. 메마르지 않은 엄마의 쌈짓돈은 장롱 속이나 장독대 안에서 샘솟듯 했다. 가물 때마다 개울 바닥이든 질척한 논바닥이든 곳곳에 관정 파나가듯, 엄마의 쌈짓돈 샘은 늘 장소를 달리했다. 최근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오랫동안 거래하던 통장이 두개 있었고, 그 속엔 쌈짓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국가 간 교류가 증대하여 개인과 사회집단이 갈수록 하나의 세계 안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과정을 가리키는 사회학용어.국제화(internationalization)가 국민국가 간의 교류가 양적으로 증대되는 현상을 말한다면, 세계화 (globalization)는 양적 교류의 확대를 넘어서 현대 사회생활이 새롭게 재구성됨으로써 세계 사회가 독자적인 차원을 획득하는 과정을 뜻한다. 세계화는 분석 단위로서의 세계사회를 중시한다. 세계화라는 개념은 1970년대 이후에 활발히 쓰이기 시작했다. '역사적
친구 내가 사는 곳은 지리산의 남향입니다. 북쪽에 천왕봉이 있긴 하지만 지리산을 아는 사람은 남으로 향한 이 산줄기에 지리산의 본모습이 있다고 말합니다. 남향의 산이니 꽃이 풍요롭습니다. 꽤나 높은 곳에 있는 터라, 꽃은 아랫녘에서 부터 올라오는 데 한 열흘의 시간이 걸린답니다. 섬진강가에서 만난 매화를 열흘 후 집마당에서 다시 맞이하니, 꽃철을 두번 경험하는 셈이지요. 창밖에는 지금 복숭아꽃이 한창입니다. 넓은 창이 복숭아꽃으로 가득 찼습니다.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금방 수채화를 쓱쓱 그려 보내 왔네요. 이 친구는 내
가로등 시인_ 정정옥땅거미 질 무렵수도사 담장 기슭에둥근달 하나 서있네깊은 밤 별 혜는 너바람 그렇게 불어속살 다 들어내 듯 아플지라도밝은 그 미소 속에네 얼굴 있네내 얼굴도 있네홍매화 피었다 지고 있는가로등 아래목련화 꽃잎 하나살포시 살포시 떨고 있네임 김다리는 노란 가로등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