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다리 버스킹

 

  퇴근길 지친 발걸음이 경쾌한 음악에 힘을 받는다. 색소폰소리다. 실력이야 ‘소리’ 수준이지만, 굳이 ‘음악’으로 윤색하고 싶은 마음은 어쨌든 내게 위로가 돼서 일터. 굴다리에서 공명으로 퍼져나가는 소리는 부드럽고, 연주자에게서 버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스러웠고, 그만큼 내 귓속에서 스르르 스며들었다. 삐이익, 삐이익! 막 걸음마 단계인 몇몇 색소폰 애호가들이 이따금 귓등을 때리는 소음공해에 퇴근길 발걸음을 무겁게 하지 않았던가. 그의 솜씨가 노력 끝에 결실을 맺은 걸까.

  매일 저녁 온천천 갈맷길을 걷다보면 굴다리 아래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주로 60대로 보이는 것으로 미뤄봐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노후 취미인 듯했다. 당연히 서툴고, 소리는 소음으로 다가와서 대개 사람들을 짜증스럽게 한다. 아주 이따금 음악의 수준에 도달한 연주를 접한다. 추석 연휴 전 전자바이올린 연주는 상당했다. 나를 포함한 꽤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귓전을 파고드는 ‘내 사랑 내 곁에’는 요절한 원곡가수까지 떠올려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케니 지나 유진 박, 가수 헨리의 연주를 직접 듣진 못했지만, 내 막귀가 호강하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만한 연주 실력이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굴다리 버스킹이 기다려진다. 선선해진 만큼 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 걸까. 굴다리 아마추어 연주자들조차 반갑다. 가을이 준 선물 같은 넉넉함인가 보다.

 

 

[출처] https://blog.naver.com/onn2012 |작성자 배려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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