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후 온천천 갈맷길을 걷다가 한 행사장과 마주쳤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행사 홍보팸플릿을 행인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에서 뭔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최근 들어 부쩍 마주치는 금정구청에서 추진하는 ‘청년조례’ 제정의 지지서명이겠거니 했다. 그때도 고등학생이나 대학 신입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앞장서고 있었으니까.

  그날은 ‘노인의 날’이었다. 노인종합사회복지관협회라는 주최 측에서 행사장 곳곳에 마련해놓은 부스에는 노인의 날을 기념하는 여러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었다. 생소한 낱말이 눈에 띄었다. 선배시민! 이 단체에서 5, 6년 전부터 ‘노인’의 또 다른 이름으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노인’이란 무기력하거나 돌봄의 대상이 아닌, 정의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꿈꾸며 공동체의 새로운 길을 후배들과 함께 열어가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선배시민’으로 바꿔 부르고 있단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불평등, 계급, 동물학대, 젠더, 혐오 등 모든 모순들이 사회 이슈로 등장하면서, 오랫동안 존경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던 ‘노인’들까지 혐오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노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틀딱’이다. ‘틀니’와 부딪치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딱’을 합성한 신조어. 노인들이 주로 틀니를 착용한다는 발상에서 만들어진 멸칭(蔑稱)이다. 이 단어 뒤에 벌레를 뜻하는 ‘∼충(蟲)’을 붙여서 ‘틀딱충’으로 강조해 쓰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부산은 우리나라 광역시 가운데 고령화 1위다. 지금이야말로 ‘노인’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다.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 올해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이 아프리카 속담이 새삼스럽다. ‘틀딱’ 아닌, ‘선배시민’으로 불리려면 먼저 귀부터 열어야 하는데, 나이 들면서 점점 가물거리는 청력의 유지가 문제인가.

 

 

[출처] https://blog.naver.com/onn2012|작성자 배려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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