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단톡방에서 수도권 자치단체의 의사회장을 역임했던 의사가 올린 청와대 청원 글을 접했다. ‘20만 명 동의가 요원합니다. 의협에서 전체 회원께 메일도 보냈고, 잠시 시간만 내면 동의할 수 있는데 이런 협조조차 안 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선행으로 의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신 故 이영곤 원장의 의사자 인정을 촉구합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빗길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치던 중 사고차량에 탄 사람들의 안전을 확인하려다 2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내 고교 친구의 아름답고 슬픈 사연이었다.

  고교 졸업 이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추석 연휴 끝내고 출근했던 첫날 친구들로부터 그의 비보를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그저 ‘사고가 났으려니’ 하고 지나치거나 119에 전화를 거는 것으로 보통 시민의 의무를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는 교통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었을 운전자를 의사로서 지나칠 수 없었고, 그의 의로움 또한 이를 내버려 둘 수 없게 했다. 그는 환자를 두고는 지나칠 수 없는 한명의 참된 의사(醫師)이자,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질 수 있는 진정한 의인(義人)이었다.


청원인은 "이 씨는 어려운 사람과 고통으로 신음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보살필 줄 아는 의인이었기에 의사가 된 이후에도 이웃을 돕는 데 힘써왔다"며 "형편이 어려워 병원 문턱조차 넘기 힘들었던 고령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받지 않고 필요한 진료와 검사 등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한내과의사회는 사망한 이 씨에게 '의사 의인상'을 전달했다. 진주시도 보건복지부에 이 씨의 의사자 인정을 직권으로 청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또 돈이 없어 약을 받을 수 없던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사비를 털어 약값을 내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 씨는 생전 교도소 재소자 진료 봉사를 다니는 등 선행을 베풀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창 시절 형편이 어려웠던 자신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도 해왔다.

청원인은 "이영곤 원장은 의인으로 추앙받아 마땅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그를 의사자로 지정하고 그의 숭고한 정신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를 그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의사자는 직무 외의 구조 행위를 하다가 사망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자로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되고 있다.

청원인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고 크나큰 슬픔과 더불어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을 고인의 유족들을 위해 정부는 신속하게 이영곤 원장을 의사자로 지정하고 사회적인 추모, 유족들에 대한 예우와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6일 오전 8시 30분 현재 이 청원에는 7,9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오는 31일까지 20만 명이 동의하면 청와대나 관계 부처의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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