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이름이 두 개다. 대개 형은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법률상 이름으로 불린다. 둘 중 하나는 우리가족과 고향 동네 사람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고향에서만 통용되는 이름에는 미신에서 유래하는 주술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고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들었다.

 

  형이 태어나던 1950년대 대한민국은 혹독한 전쟁을 치른 탓에 지독히 가난했고, 국민들은 먹고 살기조차 버거웠다. 당연히 유아 사망률이 높았다. 그 시절 태어난 사람들이 실제 태어난 날짜와 주민등록 된 법률상 출생날짜 간 1, 2년 차이 나는 이유는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야 비로소 출생신고를 해서다. 결혼 10년 만에 태어난 첫아들이 행여 일찍 단명에 그칠까 아버지어머니는 귀한 아들의 영혼을 동네 무당에게 팔았다. 가짜 이름을 붙여서 저승사자가 헷갈리게 했다. 수시로 무당 아주머니가 형의 무병장수를 위해 기도했다.

 

함께 살지 않았지만, 무당 아주머니는 형에게 영혼의 어머니로서 예우(?)받았다. 그녀는 해마다 생일날 어머니로서 생일상을 받았다. 그날은 내 어머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았다. 마치 진짜 내 형의 어머니처럼 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1970년대 들어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을 내세워 이 땅에서 미신을 몰아냈다. 마을에서 신처럼 떠받들어지던 무당들의 위상에 커다란 타격이 가해졌다. 우리사회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국가 차원에서 미신타파를 강력히 추진했지만, 그 오랜 역사성으로 인해 민간에서는 은밀하게 미신이나 무당을 숭배했고, 궂은 일이 생기면 그들을 불러 굿을 하면서 액땜을 하곤 했다. 우리 아파트 현관문에 부적처럼 내걸린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글귀도 내 안의 지워지지 않은 미신에서 기인했을지 모른다.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타파!”를 외친지 50년 만에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미신이 뜨겁게 되살아나고 있다.

 

 

[출처] https://blog.naver.com/onn2012 |작성자 배려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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