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식당을 들렀다. 미팅 약속시간이 어정쩡해서 끝나고 나면 점심식사가 너무 늦을 듯했다. 글자 그대로, 마음에 점하나 찍자는 심정으로 순전히 ‘낭만국수’라는 간판에 이끌려 큰길가 작고 허름해 보이는 식당으로 기어들어갔다. 몇 개 안 되는 홀 안의 좌석 절반이 비어있었다. 빙 둘러보고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입구 쪽 좌석에 엉덩이를 걸쳤다. 주문한 고기국수가 나올 때까지 홀 안을 찬찬히 둘러봤다. 제주도 고기국수 전문점이었다. 음식은 주문하고 20분 지나야 나온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걸로 미뤄 제법 ‘깐깐하고 고집스러운’ 식당주인의 직업의식이 느껴졌다.

 

  공공기관들이 밀집한 곳이어서 그런지, 재깍! 하고 시침이 12시를 지나가자 빌딩들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가 근처 식당으로 물결쳐 갔다. 우리 식당 앞에도 이내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홀 내 20개 좌석 가운데 절반만 손님들이 앉아야 했고, 내가 마지막을 채운 손님이었던 거다. 코로나 이후 입구나 창가 쪽 좌석을 고집하는 버릇이 사람들의 기피현상과 맞물려서 횡재한 좌석이었던 셈이다. ‘밀접-밀집-밀폐’라는 3밀을 피하라는 코로나 홍보 영향일까. 공황장애환자는 철저하게 방역당국의 나팔수가 돼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개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벽 쪽이나 구석진 자리부터 채운다. 밀담 나누고, 수다를 떨어도 남의 눈치를 덜 보기 때문일 터.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좌석은 화장실 옆이나 출입구 쪽이다. 그랬던 내가 코로나 이후 기피했던 데에만 골라서 앉게 된다. 상대적으로 잘 작동되는 환기 기능으로 감염 우려를 조금이라도 떨쳐낼 수 있다는 공황장애환자의 셈법이 지나치게 영악한 건가. 국수 한 그릇으로 점심 요기 때우고 들른 커피전문점에서도 텅 빈 한 가운데 좌석들을 피하고 연신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출입구 쪽 의자를 이용했다.

 

  사실 출입구나 화장실 쪽 좌석도 그리 유쾌하고 안심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동선에 위치해서, 그들이 지나칠 때마다 일으키는 바람결에 코로나 비말이라도 나를 덮칠까 걱정스럽긴 하다. 이걸 기우(杞憂)이라고 하겠지만, 내겐 지독한 현실이라서 피곤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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