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를 벗어난 악동들이 좁은 논둑길로 들어선다. 심심한지 손에 든 작대기로 여물어 가는 보리이삭을 툭툭, 치면서 용심을 부려본다. “미친개이다!(미치광이다!)” 한 아이의 들뜬 목소리에 아이들이 일제히 보리밭으로 시선을 던진다. 봉두난발을 한 40대 여인이 우두망찰 서 있었다. 장난기 발동한 개구쟁이들이 손에 쥐고 있던 작대기들을 일제히 여인 쪽으로 던진다. “미친개이! 미친개이!” 하고 외치면서. 그것도 모자라서 한 악동은 논둑 위 작은 돌멩이를 집어 여인에게 냅다 던졌다. 어께에 맞은 여인이 괴성을 지르며 아이들 쪽으로 쫓아오고, 아이들은 낄낄대며 좁은 논둑길을 잘다 빠져나가면서 방금 전 신작로에서의 흥을 되살린다.

 

  유년 내 고향에는 하루 네 차례 버스가 지나갔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신작로를 달려오는 버스를 피해 악동들은 산기슭으로 숨어든다. 그 짧은 순간에도 개구쟁이들의 장난기는 어김없이 발휘된다. 나무숲을 방패삼아 악동들은 버스를 향해 일제히 돌멩이를 던진다. 누가 맞히나, 내기라도 하듯이. 때로 버스가 급정거한다. 그때는 악동의 돌멩이에 유리창이 박살났을 때다. 비로소 겁이 난 악동들은 귀가도 잊은 채 더 깊은 산속으로 기어들었다. 1960년대 악동들의 무용담에 빠지지 않았던 소재가 이런 일들이었다.

 

  며칠 전 10대 몇몇이 60대 할머니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려다 폭력까지 행사해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도망가는 할머니에게 욕설을 퍼붓고 손수레를 발로 차는 등 행패부리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더 이상 아이들의 장난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 범죄의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내 유년의 악행들이 반세기 지나도 그대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때 늦었지만, 나는 지난날의 내 악행들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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