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형 시인/시와 수필 발행인>

10월 9일 한글날, ‘남강문학회’에서 남강의 시원지(始源地)를 찾아 나섰다. 지리산 자락엔 어느덧 가을이 물들고 있었다. 가는 길목에 황금들녘엔 풍요로운 가을이 물결치는 가운데 남강의 시원지를 찾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였다.

 

부산을 떠난 지 3시간여 만에 덕유산 산자락에 있는 영각사(靈覺寺)에 도착하였다. 인간의 영혼을 깨닫는 절, 덕유산의 가을 단풍과 함께 천년고찰은 쓸쓸함이 묻어있다. 사람의 영혼은 만물영장인 인간만이 가진 귀중한 요체이다. 인간은 영혼이 있기에 전지전능한 신과, 모른다는 사실마저 모르는 완전 무지의 동물과 중간자쯤에 해당한다. 중간자이기에 철학과 영혼이 있다. 인간이기에 인간의 시원을 찾고 산과 강의 시원을 찾기 마련이다. 남강은 진주, 함양, 산청 그리고 서부 경남의 역사와 문화, 예술과 풍요를 품은 강이며 구국의 충혼인 논개의 붉은 충절이 흐르는 강이다. 그 강의 시원을 찾아 나섰다.

 

영각사에서 출발하여 산길로 1시간여 걸려서 도착한 조그마한 옹달샘, 참샘을 찾았다. 덕유산 중턱의 산바위에서 솟아나는 참샘이 남강의 시원이다. 가을 풀빛에 솟아나는 이 참샘은 너무나 맑고 깨끗하며 푸르른 물줄기가 힘 있게 솟아나고 있다. 출생의 고고함같이 영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한참동안 묵념을 하였다.

 

산의 정기와 물의 인자함을 담아 솟아나는 이 샘을 참샘이라 이름 지었다. 인간의 풍요와 역사와 아픔을 그리고 번영과 문화를 만들고 이를 품고 흐르는 남강의 시원이 된 이 참샘에서 많은 생각을 가져본다. 많은 풍요와 다툼과 화해와 단결과 인정의 역사를 안고 흐르는 남강 물은 그 맑고 푸른 맛을 제공해주는 시원 앞에서 한 작은 인간의 고백을 해본다.

 

먼저 음용으로서의 소원을 고백해본다. 서부경남의 모든 사람들과 이웃에 있는 부산사람들까지 식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래 부산도 경상남도 속의 한 도시였으니까 이웃 형제들이다. 덕유산의 정기를 담았고 유유히 흐르는 푸르고 맑은 남강을 바다로 흘러 보내지 말고 이웃과 함께 음용할 수 있었으면…. 이것은 자연이 인간에 제공하는 혜택이며 자연의 순리이다.

 

부족함도 나누고 살면 풍요함을 느낄 수 있고 더구나 생명의 영혼인 물은 나누어 먹어야하는 당면한 명제는 말과 이론이 필요치 않다. 남강의 시원에서 여러 가지 잡다한 인간적 욕심을 씻어보고 싶다. 영혼을 깨닫는 영각사의 교훈처럼 나눔과 배려와 공생공영을 기원하며 덕유산의 초가을 단풍에 빠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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